미국, 일부 관세 인하·중국은 대규모 수입 약속…11월 대선 전까지 추가 관세 인하는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지난 2018년 7월 중국산 제품에 처음으로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18개월 만에 양측이 평화를 위한 중대한 걸음을 내딛게 된 것이라고 미국 금융전문매체 마켓워치는 강조했다.
이번 1단계 무역합의에서 미국은 중국 측에 부과했던 관세 등 일부 제재를 완화하고 중국은 그 보답으로 농산품 등 미국산 상품을 대량으로 구입하기로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미국은 합의에 따라 당초 작년 12월 15일 시행하기로 했던 1600억 달러(약 185조 원)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하지 않기로 했다. 또 1200억 달러어치에 대한 관세율은 종전의 15%에서 7.5%로 절반으로 낮춘다. 나머지 2500억 달러 규모 상품에 대한 25% 관세는 그대로 유지한다.
중국은 향후 2년간 미국산 상품을 약 2000억 달러 추가 구매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에너지 부문에서 500억 달러어치, 농산품은 320억 달러, 공산품은 750억~800억 달러, 서비스 부문은 350억~400억 달러의 추가 구매 목표가 세워진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중국은 지식재산권 보호 규정을 강화하고 강제적 기술 이전을 억제한다. 또 수출에 유리하도록 인위적으로 환율을 조정하지 않는다는 ‘환율조항’도 1단계 무역합의에 포함된다. 이미 이런 약속에 대한 보상으로 미국 재무부는 13일 중국을 ‘환율조작국’에서 지정 해제했다.
무역합의 내용을 놓고 미·중 양국 중 누가 승리했는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이런 논란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글로벌 경제성장을 둔화시키고 미국 제조업체에 타격을 줬으며, 중국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던 미·중 갈등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점이라고 마켓워치는 설명했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1단계 협상에서는 무역전쟁을 불러일으켰던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나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차량 등 첨단 기술을 둘러싼 패권 다툼 등 근본적인 문제를 전혀 다루지 않았다. 2단계 협상이 시작되면 양측의 갈등과 긴장이 지금보다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
또 미국 정부는 1단계 무역합의 이후 오는 11월 미국 대선 전까지는 대중국 추가 관세 인하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4일 공동 성명에서 “추가 관세 인하에 대해서는 어떤 구두나 서면 합의도 없었다”면서 “이와 반대되는 소문들은 확실히 거짓”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단계 합의 이후 중국 측에서 나올 추가 관세 인하 요구를 들어줄 의향이 없다는 점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이에 투자자들이 실망하면서 같은 날 사상 최고치로 나아가던 뉴욕증시 3대 지수는 혼조세로 장을 마쳤다. 다우지수는 0.11% 올랐지만 S&P500지수는 0.15%, 나스닥지수는 0.24% 각각 하락했다.
마켓워치는 미·중의 새로운 무역협상이 대선 전에는 거의 진전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3700억 달러에 달하는 대중국 관세가 일부 세율 인하에도 그대로 남아있어 중국 경제와 미국 기업이 느끼는 부담도 여전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1단계 합의 범위가 좁은 것처럼 보이겠지만 이는 중대한 돌파구가 마련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