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3법 통과는 우리 산업계의 숙원이었다. 그중에서도 바이오업계는 절박했다.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는 국내 보건의료 빅데이터는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개발과 맞춤형 정밀 의료를 가속할 열쇠로 꼽혔지만 개인정보 보호의 장벽에 가로막혔다. 기술력을 갖추고도 데이터를 쓸 수 없어 무용지물이었던 것이다.
그 사이 해외 주요 국가들은 치고 나갔다. 미국은 이미 오래 전 비식별 정보를 자율규제 체제로 전환했으며, 유럽은 익명정보를 과학적 연구에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일본도 개인정보보호법을 2015년 개정해 빅데이터 활용을 촉진할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일각에서는 이들 국가와 한국의 격차가 5~10년 벌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제 업계는 유전자 정보를 접목한 신약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특히 신약 개발은 속도의 싸움이다. 6조 건을 넘는 국내 보건의료 빅데이터는 신약을 개발하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유전체 검사·진단 기업들도 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규제가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다. 아직은 연구·개발(R&D) 분야에 국한해 추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시행령을 개정하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3법의 취지를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 업계는 불법으로 규제한 것 외에는 개방적으로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를 통해 현장에서 개선 방안을 찾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혁신성장전략회의에서 R&D 혁신과 규제·제도의 선진화를 강조했다. 바이오 산업을 반도체 산업만큼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공언만큼 추진력이 뒷받침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