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 삼전·오금·가락동 등에서 리모델링 단지들 집값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서울 송파구 노후 단지들의 집값이 ‘갭 메우기’(가격 격차 줄이기) 바람을 타고 가파르게 뛰고 있다. 일부 단지의 매매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는 실거래가보다 1억 원이 넘게 치솟고 있다.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오금동 아남아파트 전용면적 71㎡형의 호가는 8억 원으로 보름 새 1억원가량 올랐다. 지난해 10월 최고 6억7500만 원에 실거래된 이 아파트는 최근까지 호가가 7억 원 수준이었지 지난달 28일 분담금 확정 총회가 열린 뒤 호가가 껑충 뛴 것이다.
지난달 GS건설을 리모델링 시공사로 선정한 송파구 삼전동 현대아파트 역시 전용 82㎡형의 호가가 10억5000만 원까지 상승했다. 매매가격대가 비슷한 전용 80㎡형이 지난해 9월 7억8500만 원에 팔린 뒤 9억 원을 호가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 아파트 역시 시세가 1억 원 넘게 뛴 셈이다.
아남아파트와 현대아파트는 각각 준공 28년, 30년 차 아파트로 앞으로 재건축이 가능하지만 용적률이 각각 283%, 240%로 재건축 시 사업성이 낮아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튼 단지들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단지들의 집값 상승세가 단순히 리모델링 호재 때문은 아니라고 본다. 정부는 지난 12ㆍ16 대책에서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9억 원 이하 주택에 대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기존 40% 그대로 유지한 반면, 9억~15억 원 미만 주택의 9억 원 초과분에 대해선 20%로 규제 강도를 높였다. 이 때문에 대출 규제 강도가 다소 약한 9억 원 미만의 아파트에 수요가 몰리면서 이 가격대의 아파트 단지들이 최근 심상치 않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저평가를 받아 온 이들 리모델링 단지들도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호가가 치솟고 있다는 설명이다.
송파구 오금동 일대 G공인 측은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몇 년 뒤면 새 집으로 탈바꿈한다는 기대감이 워낙 큰 데다 소규모 단지여서 그동안 저평가됐던 것이 최근 집값 상승세에 힘입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다 송파구라는 강남3구(서초ㆍ강남ㆍ송파구) 입지와 역세권 혹은 공세권(공원을 근처에 둔 아파트)라는 점 등으로 주거 여건도 좋다는 게 집값 상승 여력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송파구에선 지난해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를 리모델링 사업 설계사로 선정한 송파구 가락동 금호아파트 전용 59㎡의 시세가 10억5000만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이 면적의 최고 실거래가는 최고 9억6000만 원이었다. 이곳 역시 용적률이 397%에 달해 재건축 가능성이 낮은 단지로 평가되면서 리모델링을 선택한 단지 중 한 곳이다.
현재 이 일대에서 이들 단지의 매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 다가오는 구정이 지나면 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도자들이 집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현장 관계자들은 전했다. 앞으로 집주인들의 호가가 더 뛸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서울에선 앞으로 리모델링 사업 논의가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일반분양 가구수가 30가구가 넘으면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아야 하는 등 한계가 있지만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안전진단 기준 강화 등으로 재건축 환경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새 집 선호현상에 힘입어 가치 상승을 노릴 수도 있다는 기대감 역시 리모델링 바람의 한 요인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현재 서울에선 광진구 자양동 우성1차 아파트를 비롯해 서초구 잠원동 잠원훼미리, 잠원동 롯데캐슬갤럭시1차 등이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