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B(인쇄회로기판) 제조ㆍ판매 업체 이수페타시스가 부실 계열사 지원에 등골이 휘고 있다. 본사는 꾸준하게 수익을 내고 있지만 국내외 계열사 부진에 본사의 재무 안정성도 훼손되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수페타시스는 8일 이사회를 열고 이수엑사보드에 250억 원, 이수페타시스 아시아에 140억 원 등 총 390억 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종속회사의 재무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진행되는 증자다.
이수엑사보드는 모회사가 2004년 자본금 100%를 출자해 설립했다. 이듬해 매출 210억 원에서 10여 년 지난 2016~2017년에는 2000억 원을 돌파하는 등 규모를 키웠다. 반면 수익성은 급감해 지난해에는 100억 원대 영업손실이 났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작년보다 반절로 줄어든 719억 원에 71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 4년째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이수엑사보드에 대한 지원은 앞서 2008년에도 있었다. 당시 3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150억 원을 현금 출자했다. 당시 부채비율은 1767%에 달했다.
국내 계열사보다 더 심각한 곳은 중국 법인이다. 이번에 증자로 지원하는 이수페타시스아시아는 후난법인을 100% 지배하고 있다. 후난법인은 중저층 제품, HDI, 전장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다 현재는 고부가가치 제품군으로 상품 수를 줄이고 인력 감축 등도 진행하는 등 적자 축소에 주력하는 곳이다.
증권가에서는 후난법인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영업이 정상궤도에 오르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 올 상반기 매출 149억 원에 94억 원의 적자를 냈다. 매출이 4분의 1 수준으로 줄면서 적자폭도 작년 상반기 232억 원에서 감소했다. 이수페타시스가 중국 법인에 재무 안정과 생산능력 증대를 이유로 출자한 금액만 2016년 5월 233억 원, 2017년 6월 338억 원, 2018년 10월 113억 원 등 총 684억 원이다. 이번 지원금을 더하면 800억 원을 훌쩍 넘는다.
이수페타시스는 별도 기준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보다 신장하고 영업이익도 증가하는 등 호조를 보였지만 자회사 부진에 재무 안정성도 조금씩 훼손되는 추세다. 종속기업 손실에 따른 순손실로 이익잉여금이 줄면서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2015년 69.6%에서 올 상반기 109.1%로 늘었다. 또 400%를 넘던 유보율은 300%대 초반으로 낮아졌고 순차입금비율은 30%대에서 50%대로 올랐다.
한편 이수페타시스에 대한 증권가의 전망은 대체로 후한 편이다. 자회사들의 실적 부진에 5G 장비주에서 소외됐지만, 5G 투자에 따른 수혜와 전장사업 확장 등 중장기 긍정적인 요소로 주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