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3.3㎡당 1억 원 시대 열려·청약기회는 현금 부자에 집중
반면 전문가들은 지난 2년 6개월간 주택시장을 뒤흔든 부동산 정책을 두고 “과거보다 높아진 시장의 지능을 못 따라간 정책”이라고 질타했다. 정책 실효성을 되짚고 개선 방향을 모색하기보다 성과만 강조하기 급급한 국토부의 자화자찬식 평가라는 지적이다.
국토부는 10일 ‘2년 반 중간평가와 새로운 출발’이라는 자료를 통해 8·2대책(2017년), 9·13대책(2018년) 등으로 국지적 시장 과열에 대응한 결과 전국 집값은 예년에 비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 집값이 2013년 이후 최장 기간인 32주간 연속 하락한 것도 정책 효과라고 덧붙였다. 과열 양상을 빚었던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은 작년 9·13 부동산 대책 영향으로 그해 11월 둘째 주부터 32주째 하락세를 탔다.
그러나 국토부가 내린 주택시장 안정 평가는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3.3㎡당 1억 원 시대’가 열린 것만 봐도 주택시장이 안정보다는 과열 쪽에 가깝다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 리버파크’ 전용면적 84㎡(공급면적 34평)는 지난달 9일 34억원에 실거래됐다. 앞서 같은 단지 전용 59㎡(24평)도 지난 8월 중순 24억 9800만원에 팔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08로 조사됐다. 매매가격지수는 아파트 매매가격을 지수화해 통계를 낸 것으로 가격 흐름을 파악하는 데 주요 자료로 쓰인다.
지난 2010년부터 약 10년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추이를 보면 현 정부가 들어선 2017년 5월 이후인 그해 11월에 100을 기록했다. 이전까지 80~90선에서 등락을 반복하던 수치가 100을 웃돈 것이다. 2017년 11월 이후 지난달까지 약 2년 동안 지수가 100 밑으로 떨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매매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위치한 가격)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눈에 띄게 높아졌다. 현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4억~5억 원대 수준이던 중위가격은 2017년 12월 6억 원을 넘어섰다. 이후 꾸준히 올라 지금은 8억 원(10월 기준 7억7962만 원) 수준까지 올랐다. KB국민은행에서 집계하는 아파트 중위가격은 8억7525만 원(10월 기준)으로 9억 원에 가깝다.
국토부가 무주택 실수요자 중심으로 개편했다고 자신한 청약시장도 불안한 외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인구 절반이 청약통장을 만들었지만 당첨의 기회는 청약점수가 고점인 ‘현금 부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분양가가 9억 원이 넘는 신규 분양 단지는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한 까닭이다. 수억원의 시세 차익이 예상되는 ‘로또 아파트’라도 분양가가 9억 원을 웃돈다면 중도금을 현금으로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토부가 부동산 정책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시장 참여자들은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는데 정부 정책은 여전히 탁상공론 수준이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빅데이터로 무장한 부동산 전문 투자자들이 날뛰는데도 국토부는 여전히 오프라인 중심의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주택 공급 확대와 수요 분산이 뒤따라야 한다”“서울에 주택 공급을 어떻게 늘릴 것이냐, 서울 진입 수요를 어떻게 분산시킬 것인가에 정책의 방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대출 규제 등으로 투기수요를 일부 차단한 것은 정책의 공으로 볼 수 있다”면서 “다만 정부의 역할이 단순히 투기적 수요를 잡는데 그치지 말고 국내 주택산업의 장기적인 비전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