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녹색성장 정책…현실은 '거꾸로'

입력 2008-08-20 16:49수정 2008-08-2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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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 발전차액 지원 축소…기술자립 먼 길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제시하면서 에너지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태양열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향후 추진될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경제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오는 27일 이 대통령 주재의 제3차 국가에너지위원회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기반으로 한 'MB 에너지정책의 가이드'가 완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졸속'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 신재생에너지의 확대를 말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발전차액보조금을 축소하는 등 거꾸로 가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재생에너지 확대한다는데…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는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자의 간판으로 꼽고 있는 정책이다.

최근 발표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07년 말 현재 전체 에너지원의 2.39%이나 2030년까지 11%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이 대통령은 경축아세어 205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50%까지 확대하겠다고 처음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주요 신재생에너지 가운데 하나인 태양광 발전에 대한 지원액(발전차액지원제도)을 지난 5월에 대폭 축소, 오는 10월부터 본격 시행을 앞두는 등 대통령의 정책비전과 정부의 정책집행이 심각한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전차액지원제도는 아직 경제성이 낮은 태양광발전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한 전력을 한국전력에서 사주는 금액과 발전원가의 차액을 정부에서 보전해 주는 것이다.

예컨대 태양광발전의 경우 30㎾ 이상 발전소는 ㎾당 677원에, 30㎾ 미만 소규모는 711원에 구매해왔다.

정부가 이 보조금을 최고 30.2%까지 줄이기로 한 것이다.

특히 2010년 이후에는 발전차액지원제도를 매년 재고시해 언제든지 보조금을 줄일 수 있으며 2012년부터는 이 제도를 폐지키로 했다.

이에 대해 주무부서인 지식경제부는 "고효율제품 설치 및 기술개발로 인해 설비투자 단가가 내려갔기 때문에 보조금을 축소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1년 사이에 설비투자비가 15%나 인하됐다는 정부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의 보조금 축소 발표 이후 태양광발전소 건립을 추진했던 기업들이 계획을 유보하거나 취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부장은 "발전원가와 한전의 구매금액 차이가 곧 수익이기 때문에 현재 차액지원제가 저렴하고 효율적인 설비 개발을 촉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가 재정 부담을 내세우고 있지만 예산액도 다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6년의 경우 예산 262억8400만원 가운데 111억2800만원(42.3%)만 집행되고 151억5600만원은 남았다는 것. 그러나 정부는 예산 미집행 사유로 시장가격 상승에 따른 기금지원 단가 하락과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미준공 및 준공 지연을 이유로 들었다.

환경단체들은 이 같은 정부정책으로 인해 태양광발전뿐 아니라 다른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정부의 지원확대 의지를 읽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는 '고무줄'

이와 함께 정부가 밝히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목표 또한 낮을 뿐만 아니라 그마저도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우선 이 대통령은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 수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30년까지 11%로 확대하고 2050년까지 50%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2011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5%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후퇴한 상황에서 목표만 높게 설정한 것 아니냐는 것. 또 국가에너지기본계획 1차 공청회에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9%로 했다가 환경단체의 반발에 부딪치자 두 달만에 11%로 상향 조정하는 등 '고무줄' 수치일 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11%로 잡았지만 누구나 제시할 수 있는 수치일 뿐 구체적인 행동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기존의 2011년 5%보급도 결국 구체적인 행동방안이 없었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대통령이 새로 밝힌 '그린홈 100만호 프로젝트'도 예산 확보 등 현실적 문제가 고려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2004년부터 2012년까지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태양광주택 10만호 보급사업의 경우 2007년 말 현재 1만4498호(14.49%)가 보급됐을 뿐이다.

지경부 한 관계자는 "목표를 세울 수는 있어도 이를 시행하기 위한 예산 확보는 쉽지 않다"며 "지난해에도 (태양광주택 10만호 보급사업의) 예산을 계획대비 62%밖에 확보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기술력 확보 관건…외국산 홍수 부를 수도

한편 정부의 계획이 국내 신재생에너지 산업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고유상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일본 및 독일 정부가 태양광전지 산업을 집중 육성한 것은 해당 국가 내에 원천기술을 가진 회사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태양광, 풍력의 경우 외국엔 강한 기업이 많지만 아직 우리나라에는 확실한 원천기술이 없는 것이 한계"라고 설명했다.

고 연구원은 "원천기술을 확보한 기업이 없는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육성 정책을 쓴다면 외국기업에만 좋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국내 기업의 기술 현황부터 면밀히 파악한 후 원천기술 확보 초기단계라 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지원·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정부가 실제로는 신재생에너지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현실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할 수 있을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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