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 상황 자율공시 올리거나 홈피에 게재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의 임상시험 실패가 연달아 터지면서 이른바 ‘정보 알리미’를 자처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고 있다. 선택적 정보 공개에 나섰던 과거와 달리 주주들과 신뢰도 높은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직접 소통, 자율공시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는 모습이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앱클론, 바이오솔루션, 마크로젠, 아미코젠, 유앤아이, 안트로젠 등이 자사에서 개발하고 있는 신약 개발 진행 상황을 자율공시를 통해 알린 것으로 나타났다. 헬릭스미스의 엔젠시스 임상 실패를 밝힌 23일 이후부터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타사항 자율공시가 대폭 늘어난 셈이다.
코오롱티슈진, 신라젠, 에이치엘비, 헬릭스미스 등 주요 기업들의 임상 실패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바이오 쇼크’ 영향을 우려한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진행 상황을 공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임상시험 진행 시, 최종 결과 발표까지 어떠한 정보도 알리지 않았던 폐쇄적 소통과는 확연히 달라진 양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신라젠, 헬릭스미스 사태 이후 임상시험과 관련해 질문하는 주주들이 크게 늘었다”며 “일일이 대응하기 힘든 경우가 많아 불안함 해소를 위해서라도 공개적으로 정보를 알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공시의 경우, 한 번 내고 나면 향후 진행 상황을 계속 알려야 하기 때문에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자율공시로 알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표이사 명의로 글을 올려 정보의 공신력을 확보하고, 소통 창구로 활용하기 위해 자사 홈페이지를 활용하는 사례도 늘었다. 과거 기관 대상 기업설명회에 집중하는 대신 공개 기업설명회로 방향을 튼 곳도 상당수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보도자료를 통해 임상시험 진행과정을 알리곤 했는데, 자주 내다보니 희소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다른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며 “홈페이지 Q&A를 활용해 주주들과 직접 소통하거나 공개 기업설명회를 통해 분위기를 전환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들의 자율적인 공개 정보 추세는 대규모 자금 확보의 어려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올초 신라젠은 키움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11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한 후 임상 실패를 발표한 바 있다. 이후 바이오 기업에서 신약 개발을 내세워 기관자금을 유치하는 게 한층 어려워졌다는 후문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소 VC에서도 ‘어떤 업계에 얼마 정도를 집행하겠다’는 예산 계획이 있는데, 최근 임상 실패와 관련없는 기업도 제약·바이오주로 엮여 심사역 단계에서 거절되는 사례가 많다”며 “바이오 관련해서는 자금 집행이 금지된 곳도 있다”고 전했다.
결국 임상시험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올랐던 과거와 달리 결과물로 증명해야 기업 가치가 상승한다는 학습효과가 생긴 셈이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선진국의 경우, 제약바이오 기업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문화가 자리잡았다”며 “국내 기업도 임상 결과 발표를 기반으로 투자하는 긍정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