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억 원대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혐의로 기소된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 LG 총수일가가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송인권 부장판사)는 조세범처벌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구 회장 등 일가 14명과 전·현직 재무관리팀장 2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전·현직 재무관리팀장 2명은 구 회장 등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 매도·매수 과정에서 소위 ‘통정매매’를 하고, 이를 숨겨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혐의로 기소됐다. 구 회장 등은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양벌규정에 따라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재판부는 “큰 쟁점 3가지, 소주제 8가지에 관해 살펴봤으나 전부에 대해 검사의 주장을 인정할 근거가 없거나 증거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재판에서는 △문제가 된 주식거래가 특수관계인 간 거래에 해당하는지 △사기 및 기타 부정한 행위가 있었는지 △재무관리팀장들의 조세포탈 범의를 고의로 인정할 수 있는지 등이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거래소에서 이뤄진 경쟁매매를 특수관계인 간 거래로 보기 어렵고, 이 거래로 경쟁매매의 본질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거래가 동시에 이뤄지긴 했으나 특정인에게 주식을 넘기기 위한 목적 보다는 보유한 주식을 처분하거나 매수해 경영권을 방어하려는 각자의 목적 달성을 위한 것으로 봤다. 매도·매수액이 시장 거래액 범위 내에 있었던 점도 고려했다.
이어 재판부는 “이 거래를 특수관계인 간 거래로 보게 되면 하나의 주문 행위에 특정인과 제3자 거래가 혼재하게 되는데 일부분에 대해 특수관계인 간 거래를 적용해 비정상행위라고 판단하는 것은 지나치게 기교적이고 세부행정 편의적인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주문대리인 등록은 위탁자 의무에 해당하지 않고, 재무관리팀장들은 주식거래 이후 적법히 공시했다”며 “과세관청은 이러한 자료에 비춰 상당 부분 특수관계인들이 같은 시간 매도·매수한 것으로 충분히 판단할 수 있어 조세 부과·징수를 불가능하게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또 재판부는 전·현직 팀장이 처벌을 감수하면서 조세를 포탈할 동기도 없었다고 봤다. 더불어 “주문 증빙을 남기지 않는 등 다소 의심스러운 행위가 있었더라도 계속돼온 주문 관행이 이뤄진 것으로 보이고, 조세포탈 회피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해 4월 LG 총수일가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을 매도·매수하는 과정에서 양도소득세 탈루 정황이 확인됐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구 회장 등 14명을 약식기소했으나 법원이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