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은 결국 트럼프에 백기를 들었다

입력 2019-08-01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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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 의장. AP연합뉴스
누가 봐도 이번 결정은 트럼프의 승리였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치고 금리를 인하하기로 했다면서 어디까지나 예방적 차원의, 보험 성격의 인하라고 못박았다. 장기적 금융완화 사이클의 시작이 아니라고 했다.

비둘기와 매를 동시에 날린 그의 발언에 시장에선 오히려 불확실성이 커졌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장중 한때 전날보다 478포인트나 미끄러졌다. 5월 13일 이후 2개월 반 만의 최대 낙폭이었다.

시장 관계자들은 “시장과의 소통 능력에 물음표가 붙는 기자회견이었다”는 불만이 나왔다. 시장의 기대에 부응은 해야겠고, 그렇다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인하 압박에 휘둘렸다는 비난은 피하고 싶어하는 파월의 어정쩡한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연준의 독립성을 지키겠다더니 결국은 정권의 압력에 소심하게 백기를 든 것이다.

그럼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FOMC 성명이 나온 후 트위터에서 연준을 강하게 비난했다. 미국 경기가 순조롭게 확장하고 주식시장도 견조해서 금리 인하가 필요없는 가운데 연준이 자신의 뜻에 부합해 금리를 낮췄지만 성에 차지 않은 것이다. 그는 파월 의장이 향후 지속적인 금리 인하 의사를 밝히지 않은 데 대해 “언제나처럼 실망했다. 나는 확실히 연준한테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없다”고 강조하며, 앞으로도 미국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추가 금리 인하를 장기적으로 계속하도록 압박했다.

트럼프는 “시장이 파월과 연준에게서 듣고 싶었던 건 ‘(이번 금리 인하가) 중국과 유럽연합(EU) 등과 보조를 맞추는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금리 인하의 시작이다’라는 것이다. 그나마 파월이 양적긴축은 종료했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트럼프가 노골적으로 금융정책에 개입한 건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년 7월 19일이 시작이었다. 그때 트럼프는 TV 인터뷰에서 “금리 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당시는 달러 강세가 진행되고,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돼 향후 경기 불안이 확산하던 시기였다. 그때까지 래리 커들로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금리 인상을 견제하긴 했지만, 대통령이 직접 금융 정책에 간섭하진 않았다.

그러나 한 번 선을 넘은 트럼프의 연준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작년 9월 연준이 금리 인상을 결정하자 트럼프는 “기쁘지 않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파월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될 걸 우려해 처음에는 강하게 저항했다.

그러다가 트럼프와 파월의 대립이 격해진 결정타는 연말이다. 트럼프는 파월에 대해 “시장에 대한 민감도가 둔하다”고 폄훼, 파월을 의장직에서 해임할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 나왔다.

올해 들어 파월은 일방적인 방어전에 나섰다. 1월에는 금리 인상의 일시 중단을 표명했지만 여전히 트럼프는 납득하지 않았다. 연준 이사에 측근을 꽂으려 했다가 둘 다 사퇴했지만 트럼프는 비둘기파를 연준에 직접 보내려고 시도했다.

6월에는 연준 의장직을 해임할 권한이 자신에게 있다며 파월 개인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1년 전만 해도 금리 인상에 반대하면서도 “매우 뛰어난 인물”이라며 인신 공격을 피했지만, 지금은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며 의장 자질을 문제 삼는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트럼프의 압박에 10년 7개월 만에 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앞으로도 정치적 압력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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