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의 ‘꽃’이라고 불리던 애널리스트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주식시장 불황과 워라밸 없는 근무환경으로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근무하는 애널리스트의 평균 경력은 7년 8개월, 한 회사에서 평균 4년 9개월을 근무한 후 이직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1년 간 123명(11.94%)의 애널리스트가 다른 증권사로 근무지를 옮겼다.
주식시장 불황이 이어지면서 애널리스트 인원이 급감하고 있다. 현재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근무하는 애널리스트는 총 1030명(7월 기준)이다. 2016년 1116명을 시작으로 2017년 1064명, 지난해 1013명 등 감소세가 뚜렷하다. 다만 여성 비중은 2016년 25.25%에서 올해 26.70%로 소폭 올랐다.
한 애널리스트는 “최근 리서치센터는 기피부서”라며 “주식시장 불황 여파로 연봉도 낮아지고 관심도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업무강도는 여전히 높은 편이어서 전망이나 대우가 좋은 IB(투자은행), PEF(사모펀드) 등으로 이동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현재 리서치센터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애널리스트는 286명으로 전체의 27%에 불과하다. 센터장을 제외하고 15년 이상 근무한 사람은 KB증권의 김동원, NH투자증권 최창규, 삼성증권 전균, 유안타증권 정인지, 한국투자증권 양종인 애널리스트 등 38명에 불과하다. 이중 절반을 조금 웃도는 24명만이 한 회사에서 근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 센터장들은 대부분 장기 근속자다. 미래에셋대우 구용욱, NH투자증권 이창목, 한국투자증권 윤희도, 유안타증권 박기현, DB금융투자 장화탁 센터장 등은 모두 해당 회사에서 15년 넘게 근무 중이다.
현재 애널리스트를 가장 많이 보유한 증권사는 NH투자증권으로 총 99명이다. 이어 삼성증권(72명), 한국투자증권(65명), KB증권(64명), 신한금융투자(61명), 하나금융투자(55명), 미래에셋대우(52명), 유안타증권(42명) 등이 뒤를 이었다.
한편 이탈 가속화를 막기 위해서는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애널리스트들이 주 52시간 근무제 해당 업종에서 제외되면서 초과 근무 관행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애널리스트는 “새벽 6시에 출근해 리포트를 쓰고 오후에는 세미나를 가는 등 업무가 너무 많아 항상 시간이 부족했다”며 “투자자들의 전화를 받거나 긴급 이슈가 터질 때 대응하는 등 내 시간을 갖기 힘든 직업”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