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규제가 확정된 EUV용 포토리지스트(PR)는 일본 외에 대체 가능한 업체가 없고, 추가 규제 가능성이 제기된 블랭크 마스크 또한 EUV용 제품을 일본 업체가 독점하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이 추가로 규제할 가능성이 큰 반도체 관련 품목은 집적회로(IC), 전력반도체(PMIC), 리소그래피 장비, 이온주입기, 웨이퍼, 블랭크 마스크 등이다.
모두 일본 수출 규제의 주요 근거로 작용하고 있는 ‘수출무역관리령’의 통제대상품목(1∼15항)에 포함된 제품들이다. 이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품목은 블랭크 마스크다. 블랭크(blank) 마스크는 노광 공정에 사용되는 포토마스크의 원재료다.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하며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일본 업체인 호야의 제품 품질이 매우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내 호야 제품 비중도 60%에 달한다. NH투자증권 도현우 연구원은 “EUV용 블랭크 마스크는 일본 호야가 독점 생산 중”이라며 “국내 에스앤에스텍 등의 블랭크 마스크는 글로벌 업체 대비 기술력이 다소 부족하다”고 말했다.
웨이퍼 역시 일본을 대체하기 어려운 품목이다. 도현우 연구원은 “웨이퍼의 경우, 일본 섬코나 신에츠의 기술력이 가장 뛰어나다”며 “국내 반도체 업체도 이들 제품을 가장 선호한다”고 말했다. 수출 규제 품목에 포함된 EUV용 포토리지스트 역시 일본 JSR, 신에츠 등이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비전 2030’을 선포하며 시스템 반도체 강화의 일환으로 EUV 라인의 생산 확대를 발표한 바 있다. 지난 4월 7나노 EUV 양산에 성공, 현재는 소규모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소재 공급이 끊긴다면, 내년 1월 본격 가동될 예정인 화성의 EUV 전용 생산라인의 운영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이 찾은 EUV 건설현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거 짓는 돈이 인천공항 3개 짓는 비용”이라며 투자 규모를 강조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핵심성장산업 중 하나가 시스템 반도체고, 이를 이끄는 기술이 EUV”라며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대한민국 반도체의 미래가 멈추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