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 규제 강화 2단계로 진행...한국, ‘경제보복’ 반발
일본의 ‘몽니’로 촉발된 한일 갈등이 국제기구 제소로까지 번지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1일(현지시간)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요한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해 수출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징용공 소송 판결에 대한 대항조치로 사실상 한국 경제에 보복 조처를 취한 것이다. 우리나라 대법원이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 관련 일본 기업에 첫 배상 판결을 내린 지 8개월 만이다.
적용 대상 3개 품목은 TV와 스마트폰 OLED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반도체 기판 제작 때 쓰이는 ‘리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필요한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다.
일본의 보복조치는 2단계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오는 4일부터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 해당 품목을 한국에 수출하려는 일본 기업은 별도 심사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여기에 90일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사실상 수출 차단과 같다.
8월에는 ‘백색국가’ 지정에서 한국을 제외한다. 일본은 안보 우방국을 ‘백색국가’로 지정해 수출 허가신청을 면제하고 있다. 현재 한국과 미국, 영국 등 27개국에 이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이 대상에서 제외되면 집적회로 등 일본의 국가안보에 관계된 제품을 한국에 수출할 때마다 건별로 일본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한국은 첫 백색국가 지정 취소 국가가 된다.
이에 대해 한국은 “일본 정부의 조치는 경제 보복”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고 반발했다.
일본도 강경하다. 일본은 한일청구권 협정에 근거해 제3국을 포함한 중재위원회 개최를 요구하고 있다. 중재위원회 절차 기한인 이달 18일까지 한국이 응하지 않으면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보복 조치에 따른 한일관계 악화의 불똥은 기업들에게로 튀고 있다. 특히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높은 삼성, SK 등 한국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규제 대상 품목의 경우 일본 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높다. 불화수소의 경우 90%에 달한다. 한국 기업들로서는 당장 대안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SK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심사에 걸리는 시간은 3개월인데 현재 재고는 1~2개월분“이라며 ”3개월 지나면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일본 기업들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메모리 등의 공급이 막혀 애플 아이폰 생산이 줄면 자사의 부품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