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전면적 인상하면 미국 성장률 0.5%P·중국 1.3%P 각각 하락”…글로벌 공급망 담당 아시아 국가 악영향
미국과 중국이 지난주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결국 아무런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노 딜(No Deal)’ 파국을 맞이했다. 이에 글로벌 경기둔화 불안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미국 금융전문매체 마켓워치는 11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확전하면서 추가 관세 인상 위협이 양국과 세계 경제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리서치 업체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그레고리 다코 이코노미스트는 “방관자들도 무역 전쟁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각각 상대방의 수출품 중 절반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시나리오 하에서 내년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3%포인트, 중국은 0.8%포인트 각각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내년 미국 경제가 약 290억 달러를 잃을 수 있다는 의미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0.3%포인트 낮아지게 된다. 금액상으로는 1050억 달러 이상이다.
무역 전쟁의 규모가 더욱 커질 가능성도 있다. 다코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 전체에 대해 관세를 25%로 높이고 중국이 보복조치로 대응하면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이 약 0.5%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며 “금액상으로는 관세가 없을 때와 비교해 경제규모가 약 450억 달러 줄어들게 되는 것으로 2020년 말 미국의 실질 경제성장률이 1%로 추락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약 1.3%포인트 하락해 전례 없는 5%대 성장률을 기록할 위험이 있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 낮아지게 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역사적으로 1.5% 정도였지만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현재 남아있는 3250억 달러 규모 대중국 수입품에 대해서도 관세를 25%로 올리면 관세율이 8%로 상승한다고 분석했다. 1930년대 대공황을 초래했던 스무트-홀리법으로 2만개 품목에 추가 관세가 부과됐을 때에도 관세율은 6% 수준이었다.
한국과 일본, 대만 등 중국과 더불어 전 세계 기술제품 공급망의 핵심을 담당했던 아시아 국가들도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은 지난 4월 대중국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4.5% 줄어들어 6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는 등 이미 미·중 무역 전쟁 충격에 휘말리고 있다.
리서치 업체 IHS마르키트의 라지브 비스와스 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2일 보고서에서 “아시아의 제조업 공급망 업체들은 중국에 원자재와 중간재를 제공하고 있다”며 “미국의 대규모 관세 인상이 한국과 일본에 막대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 수출의존도가 24%에 달하며 대중 수출에서 반도체 등 중간재 비중이 약 80%에 이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의 대중 상품 수입이 10% 감소하면 한국의 대중 수출은 280억 달러 이상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미·중 무역 전쟁으로 혜택을 볼 국가도 등장할 전망이다. 다국적 기업들이 관세 부담을 피하고자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다른 국가로 이전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 IHS마르키트는 동남아시아 제조업 허브인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태국 등이 더 많은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 등 수혜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