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올해 경제성장 전망을 6.0∼6.5% 구간으로 하향 조정했다. 5일 개막된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리커창 총리가 이 같은 목표치를 제시했다. 톈안먼 사태가 벌어진 1990년 이후 28년 만에 가장 저조했던 작년 성장률 6.6%보다 낮춰 잡았다. 과거의 고성장 시대를 마감하고 중속(中速)성장을 공식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 경제의 내리막 추세가 뚜렷하다. 세계은행은 올해 중국 성장률을 6.2%로 예상했다. 하지만 미중무역전쟁의 불확실성과 경기 둔화로 실제 성장률은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5%대로 주저앉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중국 정부의 성장률 목표는 어떻게든 이 수치를 방어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부채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재정지출 확대 등을 통한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예고한 것도 그 때문이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한국 경제에도 심각한 리스크가 아닐 수 없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대상국으로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 무려 26.8%에 달했다. 중국 경제 부진이 한국 수출의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미 중국 성장 둔화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대(對)중국 수출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4개월 연속 줄어들었고 감소폭 또한 커지고 있다. 연구기관들은 중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p) 떨어지면 한국의 성장률이 0.5%p 낮아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미중무역전쟁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든 우리 경제가 부정적인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양국의 협상이 결렬돼 미국이 중국 상품에 25%의 고율관세를 전면 부과할 경우 세계 경제 침체가 가속화하면서 우리 수출 감소로 이어질 것은 불보듯 뻔하다. 중국이 미국 제품 수입 확대로 양보하는 합의로 타결된다 해도 반도체,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등 우리의 중국 수출비중이 높은 상품에 타격이 집중된다. 영국 IB 바클레이스는 중국이 향후 5년간 1조3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제품을 추가 구매할 때 한국은 매년 수출액의 3.1% 수준인 230억 달러씩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측했다.
주력상품의 경쟁력이 약화한 마당에, 최대 시장인 중국 경제 후퇴와 미중무역전쟁의 악재가 수출에 기댄 한국 경제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뾰족한 대책도 없다. 정부는 늘 얘기하는 대로 여건 변화를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수출업계의 자금 및 마케팅 애로 해소에 주력하며, 새로운 시장 개척과 수출 유망 산업 육성 등을 적극 지원한다는 원칙론만 되풀이하고 있다. 당연히 정부가 해야 할 일이지만, 솔직히 무슨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정부는 이런저런 지원책을 내세우기 전에, 기업들이 위기 극복을 위해 마음껏 투자하고 새로운 산업을 키울 자유를 뺏는 반(反)시장 규제와, 갈 길 바쁜 기업의 발목을 잡는 정책부터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