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로제 확대를 위한 사회적 대화가 끝내 실패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18일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전체회의를 개최해 이 문제를 최종 논의했으나, 노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탄력근로의 합리적 보완책 마련을 위해 작년 말부터 8차례 회의를 열어 합의를 시도했지만, 무위로 돌아간 것이다.
예견된 일이다. 노사 양측은 처음부터 평행선을 달렸다. 경영계는 현행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최장 1년으로 확대하고, 도입 요건도 노동자 대표와의 협의를 통해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임금 감소와 노동자 건강권을 이유로 탄력근로제 확대를 반대하면서, “근로시간 단축으로 줄어드는 임금을 보전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오히려 노동시간 단축이 적용되지 않는 특례업종 폐지 등이 우선이라고 맞섰다. 경사노위 참여를 거부한 민주노총은 탄력근로가 확대될 경우 3월 총파업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날 제도개선위 마지막 회의도 민노총이 회의장에서 탄력근로 논의 중단을 요구하는 항의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한동안 파행을 겪었다.
결국 국회로 다시 공이 넘어가게 됐다. 애초 탄력근로 확대 문제는 국회가 앞장서 처리해야 할 사안이었다.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은 산업계의 심각한 충격이 우려됐는데도 정부가 아무런 보완장치 없이 작년 하반기 일방적으로 강행했다. 부작용이 커지자 정부·여당은 작년 말까지 탄력근로제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을 마치기로 야당과 합의했었지만, 경사노위의 사회적 대화를 핑계로 국회 처리를 미뤘다. 그러나 성과 없는 경사노위에 매달려 2개월을 허송한 꼴이 됐다.
경사노위의 무기력만 확인된 것도 우려스럽다. 경사노위는 노·사·정의 폭넓은 참여로 고용·노동 및 경제·사회 정책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대화기구다. 과거 노사정위원회를 확대·개편해 작년 11월 공식 출범한 이래, 참여 주체들의 타협을 추진한 첫 번째 과제가 탄력근로제 확대였다. 그럼에도 기대와는 달리 아무런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앞으로 국민연금제도 개편 등 복잡하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현안이 산적해 있다. 경사노위에 이들 문제의 대안을 만들어 내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회 또한 한심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올 들어 계속 마비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 원내대표는 18일에도 국회 정상화를 위한 협상에 나섰으나 결렬됐다. 여야는 ‘5·18 망언 의원 징계’ ‘손혜원 국정조사’ 등을 놓고 대치 중이다. 2월 임시국회마저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탄력근로 확대는 발등의 불이다. 근로시간 단축 계도기간은 3월로 끝난다. 국회가 보완 입법을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산업현장의 혼란과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 수많은 기업인들이 자칫 범법자로 내몰리는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누가 책임질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