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 공사의 공사기간 산정 기준을 마련했지만 그 실행에 앞서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2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공공 건설공사의 공사기간 산정기준’ 훈령을 마련해 지난달 5일부터 24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쳤고 올해 3월 실행에 들어간다.
자세한 기준 없이 경험에 의하거나, 발주처의 필요로 터무니없이 짧은 공기가 정해지는 악습을 막고자 국토부는 이번 훈령을 도입하게 됐다.
이번 기준은 공사기간에 준비·정리 기간을 신설해 포함했다. 준비기간은 착공 초기 하도급업체 선정, 인·허가, 도면 검토, 측량 등 본공사 착수 준비에 필요한 기간을 뜻한다. 정리기간에는 준공 검사 준비, 준공 검사 후 보관·청소 등에 들어가는 기간이 포함된다.
또 공사기간에 포함되는 작업일수도 더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산정하기로 했다. 현장 여건 및 공사 규모, 지질 조건, 기상·기후 조건을 반영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와 함께 법정근로시간 준수 원칙도 명문화했다. 아울러 차후 분쟁 예방 차원에서 공사기간 선정 근거를 공표하도록 의무화한다.
하지만 기준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영준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그간 적정 공사기간 설정을 두고 분쟁과 소송이 지속됐던 점을 고려할 때 이번 공기 산정 기준 마련은 매우 환영할 만하다”면서도 “하지만 적정 공기의 신뢰성을 저하하거나, 훈령 도입 취지를 무력화할 수 있는 여지가 다수 존재해 우려스럽다”고 평가했다.
먼저 현실적으로 대부분 발주처가 예산 확보 여부나 시설물 활용 계획에 따라 공기를 설정하고 있어 이를 외면한 공기 설정이 가능할지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사업 예산 확보가 이뤄지는 사업기획 단계 시 적정 공기를 감안해야 하는데 이번 기준은 기본 또는 실시 설계에서 설계자에 위임토록 규정해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또 어디까지나 국토부 훈령으로 제정됨에 따라 국토부 소속 및 산하기관 외에는 이를 구속할 수 없다. 게다가 공사비 산정기준이 물량계약 기준이므로 적정 공기 설정에 따라 공기가 증가하더라고 이를 보전할 방법이 없다. 특히 이번에 신설된 준비·정리 기간 및 추가된 비작업일수 동안의 간접비 보상이 불가능하다.
전 연구위원은 “공기 연장 간접비 지급을 피하고자 발주처가 공기를 과다 계상해도 이에 대한 검토 책임은 계약 상대자에게 있어 이를 악용할 소지가 있다”며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한 개선 노력과 공사 종류별 구체적인 공기 산정 기준 마련 등 고도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