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국정감사가 한창이다. 국회의원들이 정부를 철저히 견제하고, 차제에 자신의 감사능력도 드러내 보일 양으로 열심히 준비하여 적극적으로 감사에 임하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아직도 우리 사회에 숨어 있는 부정적 요소들이 철저히 밝혀짐으로써 더욱 밝고 깨끗한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런데 국정감사에 임하는 일부 국회의원들 중에는 각종 수단으로 자신의 존재감만 드러내 보이려 할 뿐, 전혀 실속이 없는 질문을 함으로써 국민들의 빈축을 사는 경우도 있다. 시쳇말로 “뜨고 싶다”는 욕구가 지나치게 강해 오히려 일을 그르치고 망신을 사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나라 다스림의 어려움은 현명한 사람을 알아보는 데에 있지 스스로 현명함에 있지 않다[治國之難 在於知賢, 而不在自賢]”는 말이 있다. ‘열자(列子)’ 설부(說符)편에 나오는 말이다. 우리 정치인들이 자신의 현명함만 내세우려 하지 말고 남의 현명함을 알아주려는 마음을 갖는다면 오늘날처럼 정치판이 혼란하지도, 삭막하지도 않을 것이다. 특히, 국감장에서 자신의 똑똑함을 내세우기 위해서 답변자의 말을 아예 막아 버린다거나 상대의 말은 듣지도 않고 미리 써온 원고만 읽고 있는 행태는 없어져야 할 것이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제도가 아무리 잘 정비되고 또 법률의 기강이 아무리 확고하게 서 있어도 궁극적으로 일을 잘 처리하느냐 못하느냐는 일을 맡은 사람에게 달려 있다. 그러므로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현명한 사람을 적재적소에 기용하는 일, 즉 인사인 것이다. 그래서 ‘인사가 만사’라고 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에 대한 인사권자는 바로 국민이다. 국민이 가진 국회의원에 대한 인사권을 잘 행사하면 우리나라 정치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우리 국민 모두 다음 총선에서 인사권을 제대로 행사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이번 국정감사에 나선 국회의원들의 처신을 잘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