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욱 통계청장이 청와대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근거로 삼고 있는 소득 불평등 논리는 “잘못된 통계 해석”이라고 밝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15일 통계청 국정감사 자리에서다. 강 청장은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은 가계 총소득이 186% 증가할 동안 가계 평균소득은 90% 늘어난 게 소득 불평등이 확대됐기 때문이라 하는데 맞느냐”는 질의에 “거시지표와 미시지표를 직접 비교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나 같으면 그렇게 해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장 실장이 통계를 오독(誤讀)했다는 얘기다.
장 실장의 주장은 이전에도 통계전문가들의 비판을 받아왔다.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평균 가구원 수가 줄어드는 추세에서 가계 평균소득 증가율은 둔화할 수밖에 없는 데도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통계를 둘러싼 논란이 빈번히 제기되고 있다. 정책 의도에 맞춰 왜곡하거나 억지로 해석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고용 동향과 관련한 통계에서 그렇다. 청와대와 정부는 취업자 수 증가폭이 크게 둔화한 요인으로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를 주장한다. 물론 생산가능인구가 추세적으로 줄면서 이 연령대 취업자 수도 감소하고 있는 건 맞다. 하지만 65세 이상 인구는 늘고 있고, 실제 통계에서는 이들의 취업자 증가폭이 생산가능인구 취업자 감소폭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나와 있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 취업자 수 증가폭이 떨어진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상용근로자 증가를 고용의 질 개선으로 해석하는 것도 오류다. 9월 통계에서 임시근로자는 19만 명, 일용근로자는 2만4000명 줄고, 고용계약 기간 1년 이상 상용근로자가 33만 명 증가했다. 하지만 연령별 취업자를 보면 15∼29세가 겨우 6000명 늘고, 30대는 10만4000명, 40대는 12만3000명이나 감소했다.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폭은 23만3000명에 달했다. 60세 이상 취업자가 늘고, 이들의 상용근로자가 증가했다고 해서 고용의 질이 좋아졌다고 보기 어렵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가 90%”라는 발언으로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으로 일자리를 잃은 실직자나 영세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외면하고, ‘직장 있는 근로자’의 소득이 증가했다는 의미 없는 분석으로 실상을 호도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처럼 입맛에 맞춘 통계 오독으로 잘못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정말 걱정스럽다. 통계는 있는 그대로 현상(現象)의 반영이다. 사실에 가감 없는 해석이 생명이다. 통계 해석의 기본부터 지켜지지 않고는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 없고, 어떤 정책도 실패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