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새 시대’ 기대감 커진 경제대국…연구기관, 500조~3000조 비용 예측
“2050년 통일 한국은 경제 대국 2위에 등극할 것입니다.”
미국 최대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가 점친 통일 효과다.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는 한국으로 이사오고 싶다고도 했다. 통일돼서 철도, 광물, 관광 등 관련 사업이 시작되면 엄청난 경제 붐이 일 거란 기대감이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한반도 경제를 이끌어야 할 젊은이들 반응은 시큰둥하다. 돈이 문제다. 당장 먹고살기도 팍팍한데 앞으로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30년 넘게 비용을 대야 한다고 하니 머리가 아픈 거다.
◇손익계산기 두들겨보니= 통일 비용이란 두 국가의 경제가 통합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말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한국 3180만 원, 북한이 146만 원이다. 쉽게 말해 북한 주민 소득을 현재보다 21.7배 높이는 데 필요한 돈이 통일 비용이다.
이 돈이 얼마나 들지는 연구기관도 말이 다르다. 적게는 500조 원에서 많게는 3000조 원까지 필요하다는 예측도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의 경제적 이익을 거둘 거란 데는 이견이 없다. 통일이 되면 한국은 7724만 명의 인구를 보유한 국가가 된다. 세계 20위다. 영국(6657만 명), 프랑스(6523만 명), 이탈리아(5929만 명)보다 많다. 국방비는 줄어들고, 징병제가 폐지되니 생산가능 인구는 더 늘어난다.
현재보다 2.2배 넓어진 땅 아래 숨어 있는 광물 역시 우리 자산이 된다. 한국광물자원공사가 2016년 미국 지질조사소(USGS)를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매장 광물자원 규모는 3200조 원에 달한다. 여기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사라지면 국가신용도가 오른다. 자금 조달비용 역시 줄어든다.
홍순직 중앙대 교수는 “통일 후 남북한 산업구조 재편 방향은 단기적으로는 북한 경제의 조기 회생과 산업 정상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남북한 경제통합은 물론 동북아경제권 형성과의 연계도 염두에 두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위해 북한은 광범위하고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한국은 대규모 투자를 집행해야 한다”며 “국유자산의 사유화와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를 통한 신산업 육성, 남한지역 주력산업과의 분업구조 구축 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20대 10명 중 3명 “북한, 한민족 아니야”= 비용은 당장 필요하지만, 편익은 서서히 나타난다. 통일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30년이 걸린다고 가정하면, 지금 20세는 50세까지 돈을 대야 한다.
이 때문에 젊은 층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7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10명 중 3명(28.2%)은 ‘북한 주민을 한민족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30대(20.4%)도 비슷하다. 50대 응답률 10.5%를 고려하면 20ㆍ30세대의 보수화가 뚜렷하다.
‘통일 비용 마련을 위해 추가로 세금을 부담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도 20대(35.9%)와 30대(32.5%)는 10명 중 3명이 ‘싫다’고 했다. 20%대인 중ㆍ장년층보다 반감이 크다.
비용 부담 없이 혜택을 누리는 10대는 어떨까? 역설적이게도 부정적 시선이 늘고 있다. 공감대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올해 7월 중ㆍ고등학생 1392명을 대상으로 통일 의식과 북한 이미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통일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답한 사람은 중학생 19.8%, 고등학생 16.3%에 불과했다. 10년 전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11.4%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통일의 주인공이 될 젊은 세대의 우려를 줄일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