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도 되고 자연분해…100% 친환경” “경쟁 업체 생겨나 시장 커지길 바라”
친환경 대체용품 시장에 전에 없던 기회가 열린 셈이다. 국내 최초로 쌀 빨대를 개발한 연지곤지의 김광필(42) 대표는 그 기회를 잡은 대표적인 인물이다. 연지곤지의 쌀 빨대는 현재 50개가 넘는 개인 카페에 공급되고 있고, 메리어트, 하얏트, 힐튼 등 유명 호텔들과도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달 10일께부터는 국내 소셜 커머스를 통해 일반 소비자들도 온라인에서 살 수 있다. 국내는 물론 미국, 대만, 일본 등 해외 바이어들과의 미팅으로 연일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김 대표와 지난달 28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 대표와 약속을 잡는 일은 쉽지 않았다. 지금의 쌀 빨대를 개발한 것은 3개월, 영업을 시작한 지는 2개월밖에 안 됐음에도 납품을 원하는 업체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어서다. 인터뷰 직전 그는 미국 월마트에 물건을 납품하는 벤처 업체와 미팅을 했다고 밝혔다. 일본 업체와의 계약도 이달 중 예정돼 있다. 김 대표는 “쌀 빨대가 국내 최초일 뿐 아니라 세계 최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2009년 그의 부친과 모친이 설립한 신발 도매업체인 연지곤지를 물려받았다. 연지곤지는 현재 영업직과 창고 매장직을 포함해 직원 7명을 둔 소기업이다. 신발 도매업체 대표였던 김 대표는 2016년 말 미국에서 해초로 먹을 수 있는 컵을 만든 벤처기업을 보고 쌀 빨대 개발에 착안했다. 여성 두 명이 창업한 ‘롤리웨어’라는 이 벤처기업은 해초류 외에도 감귤, 체리, 녹차, 바닐라 등에서 추출한 재료를 바탕으로 다양한 맛의 컵, 빨대 등을 제작하고 있다.
연지곤지의 쌀 빨대는 구상부터 완제품 개발까지 7개월 이상이 걸려 3개월 전에야 지금의 빨대를 내놓을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아들을 낳았을 때보다 더 좋았다”고 개발에 성공했던 그날을 회상했다. 이어 “연지곤지와 법인을 분리하려 한다”며 “법인명은 ‘스트로우’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쌀 빨대는 현재 베트남 호찌민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호찌민 공장 내 생산직은 60명, 관리직은 10명 정도다. 한 달 생산량은 약 3억 개다. 쌀 빨대 성분은 베트남산 쌀 70%, 태국산 타피오카 30%로 이루어져 있다. 뜨거운 물에 담가 놓아도 1시간 이상 녹지 않는다. 인터뷰 때 쌀 빨대로 아이스 음료를 먹었는데 1시간이 넘도록 녹지 않았고, 빨대로서의 기능에도 흠결이 없었다. 사용한 빨대는 그냥 먹어도 되고, 음식물 쓰레기에 버려도 된다. 부러트려 화초나 흙에 버리면 자연 분해된다.
김 대표는 “베트남 쌀은 9단계로 나누어져 있는데 쌀 빨대에 들어가는 쌀은 그해에 생산한 3등급 쌀”이라며 “한국에서 5년 지난 쌀도 베트남 쌀보다 3배가량 비싸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한국 쌀보다 베트남 쌀을 더 인정해 줘서 오늘 만난 미국 바이어도 ‘한국 공장이 생겨도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한 쌀을 납품해 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쌀 빨대의 열량은 4개당 햇반 반 공기와 비슷하다.
그는 최근 프랜차이즈를 비롯해 여러 업체가 도입하고 있는 종이 빨대가 완벽한 대체재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종이 빨대라고 해도 성분이 100% 종이는 아닌 탓이다. 그는 “플라스틱과 종이가 섞인 종이 빨대는 재활용 과정에서 환경 오염을 더 악화할 수 있다”며 “접착제가 음료에 녹아 환경호르몬에 더 빨리 노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쌀 빨대의 경우 납품 가격이 높다는 점이 아직 한계로 꼽힌다. 김 대표는 “종이 빨대가 처음 출시됐을 때 가격은 개당 18~20원이었는데 지금은 개당 5원까지 떨어졌다”며 “쌀 빨대는 한 달에 3000~5000개 공급을 기준으로 카페나 호텔에 개당 35원에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빨대가 개당 2.7원인 것을 고려하면 쌀 빨대의 가격은 10배도 넘는 셈이다.
가격 탓에 김 대표는 처음에 영업에 나섰을 때는 자신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런데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는 현재는 처음 생각했을 때의 우려보다 사명감이 더 커졌다고 그는 말했다. 김 대표는 “가격이 10배 비싸도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며 “어떤 개인 카페는 3000개밖에 사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플라스틱은 500년이 지나도 안 썩는데 쌀 빨대는 파스타를 해 먹어도 되고 그냥 씹어 먹어도 된다”며 “자연 순환에 이거만 한 게 없다”고 자신했다. 그의 말처럼 개그우먼 강유미는 최근 유튜브 영상에서 쌀 빨대를 끓여 까르보나라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다. 해당 영상은 조회 수 31만을 돌파했다.
김 대표는 “관심을 받기 시작한 지 3개월도 채 안 됐는데 그사이 수많은 과정이 있었고, 그전에는 외롭고 힘들었다”며 “처음에는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은 적었지만, 지금은 사회적인 가치를 많이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손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비싸도 ‘가치 소비’를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부연했다.
사업을 하면서 책임감이 커진 김 대표는 무료로 샘플 제품을 제공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쌀 빨대 제조는 누군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며 “중소기업이지만 사회적인 행사에는 무료로 최대 1000개까지 기증할 생각이 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더 많은 친환경 제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그중 하나가 생분해되는 아이스 컵이다. 생분해되는 나이프, 포크 등도 현재 샘플로 개발해 놓은 상태이며, 쌀 빨대 생산 규모도 현재 3억 개에서 연내 10억 개로 늘릴 예정이다.
그는 경쟁 업체가 많아지는 것을 우려하기보다 오히려 생겨나길 바랐다. 김 대표는 “시장을 독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저희 업체만 독보적이라면 시장이 커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경쟁 업체가 생기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