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희 사회경제부 기자
지난주 정부가 후분양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업계에서 들려온 얘기다.
후분양은 단어 그대로 다 지어진 아파트(건물)를 보고 청약을 할지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허허벌판인 땅과 예상 조감도, 견본을 보고 선택하는 선분양과 다르다.
문제는 이번에 발표한 제도는 선분양과 후분양 사이에 있는 미완의 ‘중간분양’ 수준이라는 점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돈이다. 땅을 사서 아파트를 지어야 하는 건설사는 오롯이 사업비를 마련해야 한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도 부담이다. 선분양일 땐 계약금, 중도금을 내세워 상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자금 없이 은행에 손을 내밀면 어떨까. 대출금에 얹어지는 이자의 무게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 이자는 고스란히 분양가에 반영되고 결국 계약자들은 웃돈을 준비해야 한다.
시공사는 먼저 투입한 사업비를 회수해야 하고, 여기에 추가로 발생한 금융 비용도 메워야 한다. 결국 후분양을 도입하면 청약에 당첨된 이가 돈을 더 많이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선분양과 달리 ‘꿈의 집’을 미리 볼 수 있는 맛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번에 정부는 후분양 가능 기준을 공정률 60%로 제시했다. 쉽게 표현해 뼈다귀에 살이 붙어 있는 수준이다. 실물 확인이란 후분양의 이점을 전혀 누리지 못하는 셈이다.
청약을 준비하는 일반인이 견본주택을 보러 가는 것은 내부 구조, 인테리어를 접하기 위해서다. 내부 구조는커녕 시커먼 철근만 보고 분양을 결정하라는 것은 아니함만 못한 정책 아닐까.
14년 만에 다시 등장한 정책이 이렇게 환영받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정부는 이런 목소리를 시장의 치기 어린 시선으로 치부하면 안 된다. 그리고 이쯤 되면 ‘어중간분양’이 더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