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네이버·넥슨 이어 4번째…IT업계 “재벌 족벌경영과 달라…빠르게 변하는 산업 대응 걸림돌”…다음은 자산 3.5兆 엔씨 유력
IT기업 중에서 공시 대상 기업집단에 포함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IT업계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시기에 오히려 이번 대기업집단 지정으로 신사업 추진 등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공시 대상 기업집단에 포함된 IT기업은 카카오와 네이버, 넥슨, 넷마블 등 4곳이다. 이들 기업은 자산 총액 5조 원을 넘어서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기업집단에 포함됐다. 넷마블은 계열사 등 26개사의 자산 총합이 5조6620억 원을 기록해 대기업집단에, 넷마블 지분 24.38%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방준혁 의장은 대기업 총수(동일인)로 각각 지정됐다.
하지만 인터넷 기업을 기존 대기업과 같은 잣대로 평가해 규제하는 데에 대한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통상 재벌로 일컬어지는 대기업집단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과 달리 이들 IT기업은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으로 시작해 약 20년 만에 현재의 위치에 오른 만큼 스타트업의 롤모델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기업집단 지정 취지가 거대 재벌 기업들의 족벌경영, 경영세습, 상호순환 출자 등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인 만큼 ‘젊은’ IT기업에 재벌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IT업계는 시시각각 변화하며 M&A와 지분투자 등을 빠르게 결정해야 하지만, 30년 전 제조업에 초점을 맞춰 만들어진 대기업집단지정제도가 적용돼 신규 투자에 제동이 걸릴 경우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러한 논란은 IT기업들이 공시 대상 기업집단에 포함될 때마다 제기돼 왔다. 2016년 카카오가 지정될 당시 카카오 측은 “대기업집단 제도의 취지는 가족경영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이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카카오의 자산 총액이 5조 원을 넘어섰다고 규제하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네이버가 지정될 당시에도 이 회사 측은 “기업이 규모에 걸맞은 사회적 의무를 다하고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국가가 일정 규모로 성장한 모든 민간 기업들에 재벌과 총수 개념을 부여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시각 자체가 30년 전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공시 대상 기업집단에 포함된 넷마블은 “법에 규정된 공시 대상 기업집단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 나갈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넷마블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AI(인공지능), 문화콘텐츠, 블록체인 등 신사업 진출 의지를 강력히 밝혔던 만큼 이 같은 우려는 현실화할 수 있다.
IT업계에서 다음으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지나해 말 기준 자산총액 3조5000억원을 기록한 엔씨소프트다. 특히 올해에는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출시와 적극적인 M&A를 통해 몸집을 불리겠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 1~2년 내 기업집단에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IT업계 관계자는 “게임 포털 등 IT기업의 경우 일반 제조업체와 달리 대부분의 자산이 인력, 데이터, 콘텐츠 등 무형자산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자산총액을 기준으로 일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면서 “대기업 판단 기준을 업종별로 종합적으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