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시설에 입소했다는 이유로 임대아파트에서 쫓겨날 위기에 놓였던 지적장애인이 돌아갈 집을 되찾았다.
서울서부지법 민사8단독 이보람 판사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지적장애 2급 장애인 남모 씨를 상대로 낸 건물명도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치매와 조현병을 앓고 있는 남 씨는 1991년부터 서울특별시 마포구에 위치한 SH 영구임대아파트에 거주했다. 아파트 명의자였던 어머니가 2015년 사망하자 명의자는 남 씨로 바뀌었다. SH는 남 씨가 2016년 요양원으로 주소를 옮겼고 남 씨 동생들이 사실상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었다며 임대계약을 해지하라고 소송을 냈다.
이 판사는 "동생들은 남 씨의 보금자리를 돌보기 위해 관리했을 뿐이고, 동생들 명의의 우편이나 소포도 대부분 남 씨의 편의를 위한 물품을 구입한 것"이라는 남 씨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 판사는 "SH가 제출한 증거들을 종합해 보더라도 남 씨가 이 사건 주택을 동생들에게 전대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증상이 심해지면 남 씨는 시설에서 퇴소 요청을 받아 임대아파트로 복귀할 수밖에 없는 처지고, 요양원에 입소할 때 요양원으로 전입신고를 하는 게 통상적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남 씨 측을 대리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서부지부 강청현 변호사는 "검찰에서 공공주택특별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공사에 의뢰인 사정을 충분히 소명했는데도 소송을 제기했다"며 "형식적 행정집행에 경종을 울린 판결"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