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크레인 노후화 논란…“연식 속여 문제” vs “63빌딩 때 장비 지금도 문제없어”

입력 2017-11-24 10:50수정 2017-11-25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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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크레인 사고 예방을 위해 정부가 발표한 ‘노후화 설비관리 대책’을 놓고 건설현장의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24일 건설업계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다음 주 타워크레인 검사기관을 모두 소집해 향후 추가할 안전검증 항목을 논의할 계획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타워크레인 안전대책의 일환으로 마련한 자리다. 현재 검사기관은 총 6개(민간업체 4개, 공공기관 1개, 정부참여기관 1개)다.

이번 대책은 사용연한에 초점을 맞췄다. 연식이 20년 이상인 타워크레인의 사용을 제한한다는 게 핵심이다.

논란은 사용제한 기준을 연식 20년으로 책정한 것이 적절했는지에서 시작된다. 타워크레인은 현장이 있을 때만 사용해 연식과 실제 사용기간이 차이가 날 뿐만 아니라 결함이 발견될 때마다 수리를 하고 있어 문제 소지가 없다는 게 장비 임대업계의 입장이다.

더군다나 타워크레인은 건설기계관리법에 따라 이미 형식신고, 확인검사, 신규 등록검사 등을 실시한 장비인 만큼 연식만으로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상길 타워크레인임대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설계수명이 25년이면 실제로 40년을 써도 문제가 없으며, 타워크레인 사고는 인재(人災) 영향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며 “형식 승인은 정부가 법적으로 인정해준 것이고, 장비의 결함이 의심되면 이를 찾아서 수리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업계에 따르면 1985년 완공된 63빌딩 건립에 사용됐던 타워크레인이 현재 H건설이 진행 중인 수원의 한 공사현장에서 운행 중이다. 이 타워크레인은 32톤(t)으로 1981년 미국에서 수입한 장비로 알려졌다.

H건설 관계자는 “경기도, 노동부, 장비검사업체를 통해 총 4차례에 걸쳐서 정상이라는 검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해당 타워크레인의 장비주인 심모 씨는 “현장에 출입할 때마다 비파괴검사를 받으면서 장비를 관리하고 있다”면서 “지금 보유하고 있는 장비가 이 타워크레인 한 대인데 20년 이상 장비 사용을 제한하면 생존권을 뺏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조종원 등 근로자 측은 노후화 장비 퇴출, 고용개선을 통한 현장 감독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최근 5년간 타워크레인 사고는 24건으로 7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설비 노후화가 사고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김귀현 민주노총 서경타워지부 교선부장은 “부러지거나 휘는 부품이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을 수 있어 비파괴검사가 아닌 엑스레이검사를 통해 장비 검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이번 대책은 불량장비를 퇴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건설업계는 대책 도입으로 중견 건설사들의 피해가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A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은 기존에도 연식 10년 이내의 타워크레인만 공사 반입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고, 중견건설사들이 10~20년이 된 타워크레인을 많이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사용연한이 20년이 지나도 안전검증을 통과한 장비는 폐기하지 않는 등 장비업계, 근로자 모두 안전한 환경을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오래된 장비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안전검증을 통과(3년 단위로 유예)한 관리가 잘된 장비는 계속 쓸 수 있도록 사용제한에 규정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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