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1.1% 손실 기록…매도세 계속되면 채권·주식 등 금융시장 전반에 충격
미국 정크본드(고위험·고수익 채권) 시장에 최근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있다.
1조3000억 달러(약 1440조 원)에 달하는 정크본드 시장에 매도세가 지속되면서 채권과 주식 등에 이런 움직임이 확산돼 금융시장 전반이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가 집계하는 ICE BofAML지수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정크본드는 1.1%의 손실을 기록해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으로 향하고 있다. 매도 압력은 현재 일부 기업과 업종으로 국한돼 있지만 투자자들은 정크본드 시장의 호황이 끝나는 것은 아닌지 긴장하고 있다. 정크본드 수익률은 지난 20개월간 불과 세 차례만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손실폭도 0.4% 미만이었는데 이달 들어 상황이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정크본드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올해 상승분을 대거 반납했다. 스테이트스트리트의 130억 달러 규모 하이일드ETF와 블랙록의 190억 달러에 달하는 아이셰어스HYG펀드 모두 최근 7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메리 바워스 HSBC글로벌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모든 상황이 완벽하게 시장에 반영되는 환경 하에서 이런 공격적인 가격 움직임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4위 이동통신업체인 스프린트와 경쟁사인 T-모바일US의 합병 논의가 취소됐다는 소식과 센추리링크, 커뮤니티헬스시스템스, 프론티어커뮤니케이션스 등의 실적 부진이 정크본드 지수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FT는 지적했다. 통신 부문 정크본드 가격은 이달 들어 3.3% 하락했으며 헬스케어와 케이블, 위성TV 업종도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컬럼비아스레드니들의 진 타누조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기업들이 부진한 실적을 보이면 하강 추세가 매우 가파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크본드와 미국 국채 수익률 차이인 정크본드 스프레드가 현재 낮은 수준인 것도 최근 매도세를 부추기고 있다. 타누조는 “일반적으로 정크본드 스프레드가 400bp(bp=0.01%포인트) 밑일 경우 정크본드는 미국 국채보다 투자수익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크본드 스프레드는 지난달 말 338bp까지 떨어졌다가 이후 46bp 올랐으나 여전히 400bp 밑이다. 리먼리비안프리드슨어드바이저스의 마티 프리드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약세론자들이 이런 상황을 이용하고 있다”며 “그동안 정크본드는 매우 고평가된 상태여서 현재의 가치를 정당화시킬 수 없게 됐다. 풍선에서 공기를 빼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크본드의 이런 부진이 다른 시장으로 전염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올 들어 수십 차례나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던 뉴욕증시는 최근 3거래일째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이날 0.59%, S&P500지수는 0.55%, 나스닥지수는 0.47% 각각 떨어졌다. 특히 다우지수의 이날 하락폭은 138포인트로 2개월 반만에 가장 컸다. 대표 유종인 미국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날 2% 가까이 급락하고 이날 0.7% 떨어져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정크본드와 주식 등 위험자산이 지난 수년간 강세를 지속해오면서 단기적인 조정이 일어나는 것일 수도 있다며 그러나 상승세로 돌아설 새 원동력이 나타나지 않으면 이런 매도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기업들의 과도한 레버리지(부채)가 위험자산의 불안을 촉발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앤드루 랩튼 소시에테제네랄 투자전략가는 “레버리지가 크게 높은 기업에 대한 혐오감이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며 “좋지 않은 재무 상태인 기업들의 주가 부진이 특히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