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비 산업1부 기자
슈퍼카의 대명사 람보르기니가 전기차를 만들기 위해 국내 기업과 손잡았다는 사실에 자동차업계 담당기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열린 기자간담회가 열리기 전까지 행사를 주최한 대행사 측은 국내 중소기업을 공개하지 않으며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했다.
기자간담회 당일, 행사장에 모인 기자들 사이에서는 탄식이 터졌다. 기자들은 “낚였다”는 표현으로 행사장의 분위기를 대신했다. 기자들이 기대했던 전기자동차는 행사장에 없었다. 단상에 놓여 있는 것은 한 중소기업의 전기 오토바이뿐. 람보르기니 본사가 직접 나서 국내 중소기업과 협력해 전기차 사업에 돌입하는 것처럼 홍보했던 것과는 달리 협력에 동참한 이는 ‘페루치오 람보르기니’라는 람보르기니 가문의 단 한 사람뿐이었다.
이 중소기업은 람보르기니 가문의 3세인 페루치오 람보르기니와 전기 오토바이를 공동 개발했다고 밝혔다. 황당한 점은 패션 회사의 CEO인 페루치오 람보르기니가 공동 개발을 했다는 것이다. 기자들 사이에서 “저 업체가 필요한 것은 ‘람보르기니’라는 이름뿐이었다”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다.
최근 람보르기니는 한국의 중소기업들과 협력을 늘리고 있다. 전기차뿐 아니라 가구업체, 인터넷 통신장비 업체 등 업종도 가리지 않는다. 중소기업들은 부족한 브랜드 파워를 채우기 위해 람보르기니를 이용해 ‘이름을 빌려오기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토리노 람보르기니라는 회사가 있다. 람보르기니 창업주의 아들이 설립한 회사로, 주 수입원 가운데 하나는 브랜드 사용에 따른 로열티를 받는 것이다. ‘람보르기니’라는 이름을 딴 제품들의 가격도 저렴하지 않은 만큼, 소비자들은 한 번 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게 ‘진짜 람보르기니’인지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