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메모가 담긴 업무 수첩을 증거로 채택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2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속행공판을 열고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에 증거능력이 있다고 인정된다. 증거로 채택하겠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수사 당국이) 압수수색 절차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며 "검찰이 '(수첩을) 돌려주겠다'라고 말했다는 이유만으로 압수 절차가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수첩 내용의 진실성이 증거가 되는 것이 아니고, 이 같은 내용이 수첩에 기재돼 있다는 자체만을 증거로 삼아 채택하는 것"이라며 수첩의 내용이 진실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내용 자체를 정황증거로 판단했다.
앞서 안종범 전 수석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 등을 수첩에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차 독대가 있던 2015년 7월 25일 이후 수첩에 '제일기획 스포츠 담당 김재열 사장, 메달리스트, 승마협회' 등의 단어가 기록돼 있었다.
안종범 전 수석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과 개별 면담한 뒤 나온 내용을 불러줘 (수첩에) 기재한 것"이라고 박영수 특별검사팀 조사에서 진술한 바 있다.
한편,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에 기재된 내용이 독대와 관련한 주변 정황 사실을 설명하는 간접 증거는 되더라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등 공소사실을 증명할 직접 증거로는 인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향후 증명력 여부도 별도 판단을 거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