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완성차 진출 안 하는 3가지 이유

입력 2017-09-08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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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완성차 제조 사업에 뛰어들지 않습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하만을 인수한 직후 미국에서 실시한 콘퍼런스콜에서 손영권 전략담당 사장은 “삼성은 완성차 사업을 할 의사가 없다”고 강조했다.

LG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LG그룹 계열사들이 자동차 전장 사업 확장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내친김에 완성차 사업에 진출하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지만, LG 측은 검토조차 하지 않는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등 그룹 내 계열사를 통해 완성차(전기차)의 핵심부품인 배터리와 전기모터, 차량용 반도체 등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LG는 LG전자가 전기차 구동모터, 인버터 등을 생산하는 것을 비롯해 LG화학은 배터리,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LG하우시스는 차량용 내외장재, LG이노텍은 차량용 카메라모듈 등을 각각 생산하고 있다.

이들 계열사가 생산하는 부품은 대부분 전기차의 핵심을 구성하는 것들로, 사실상 조립만 하면 완성차가 생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과 LG가 완성차 사업 진출을 거듭 부인하는 까닭은 뭘까.

먼저 완성차 진출 루머 자체가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통상 완성차 업체들은 경쟁사 산하의 전장업체들로부터 부품을 조달받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장사업 고객사들이 바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라며 “고객사를 확보해야 하는 삼성과 LG 입장에서는 완성차 업체를 자극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 차량보다 생산과정이 단순하다는 점에서 자칫 ‘레드오션’에 발을 담그게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염두에 두는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이유는 삼성과 LG 모두 완성차 사업에서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는 데 있다. 삼성은 1995년 삼성자동차를 설립했지만 시장에 제대로 뿌리도 내리지 못한 채 2000년 프랑스 르노에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LG 역시 1990년대 중반 구본무 회장이 자동차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기아차 인수도 추진했지만, 사업성 부족 등의 이유로 꿈을 접은 바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과 LG가 언제까지 손을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들 기업이 부품 사업 주도권을 확보해 시장에서 영향력을 갖춘 상황에서 전기차가 지금의 스마트폰 수준으로 크게 확산된다면, 언젠가는 직접 생산까지 나설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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