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선택약정 15일 시행] 6만원 요금제, 겨우 3000원 할인…신규가입 한정 ‘반쪽 정책’

입력 2017-09-0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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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료 폐지·일괄 소급적용 등 불발에 시민단체들 “통신비 인하 효과 미흡…기존 가입자 확대”

정부가 15일부터 휴대전화에 25% 선택약정(요금할인)을 적용한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인 통신비 인하 방안 중 가장 첫 번째로 시행되는 정책인 만큼 일반 소비자들부터 관련 업계 종사자까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는 수조 원의 통신비 할인을 예상했으나 할인율 적용이 기존 가입자가 아닌 신규 가입자에게만 한정되면서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요금할인 25% 시행해도 월 3000원 할인 그쳐 = 4일 녹색소비자연대에 따르면 요금할인 25%가 시행되더라도 가입자 1인당 통신비는 가장 많이 쓰는 6만 원 요금제의 경우 할인액이 3000원에 그쳐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4만 원 요금제에 적용하면 할인액은 2000원으로 떨어진다. 요금할인 제도는 소비자가 휴대폰을 구입할 때 한 번에 공시지원금을 받는 대신 매월 통신비의 일정 금액(25%)을 할인받는 것이다.

이마저도 신규가입자에 한해 적용되는 만큼 통신비 인하 수준은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윤문용 녹소연 ICT 정책국장은 “요금할인 25%는 신규 가입자뿐만 아니라 기존 가입자에게 소급 적용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가 내세웠던 통신비 인하 정책은 공약 후퇴를 넘어 사실상 실패로 보면 된다”고 주장했다.

통신비 인하는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내세운 핵심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4월 1만1000원 기본료 폐지 등 ‘8대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위원회는 60일간의 의견 수렴을 거쳐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 보편요금제 신설, 와이파이 확충 등을 골자로 하는 통신비 인하안을 우선 과제로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기본료 폐지는 업계 반발로 폐지됐다.

시민단체들은 기본료 폐지가 물건너 간 시점에서 선택약정 25% 할인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적용 범위를 기존 가입까지 늘려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해 왔지만 이통사들이 반대한 데다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어 소급 적용은 사실상 물건너 갔다.

◇“기존가입자 적용 불가에 위약금도 물어야”… 반쪽 자리 정책 도마 위 = “요금할인 25%를 기존 가입자에게 적용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지난달 29일 취임 후 첫 정책간담회 자리에서 유영민 과학정보통신부 장관이 꺼낸 말이다. 그동안 통신비 인하를 위해 이통사를 설득시킬 수 있다던 유 장관이 결국 한발 물러선 것이다. 정책도 함께 후퇴했다. 유 장관은 이날 “공식 면담 이외에 직접 전화도 하고 계속 이통3사 CEO(최고경영자)들과 소통해왔다”며 “(소급 적용 문제에 대해서도) 기업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이어 “매월 평균적으로 60만~70만 명이 20% 요금할인 약정 만료로 (25%로) 넘어가게 된다”며 “가입자 확대까지 포함하면 1년이면 700만~800만 명이 25% 요금할인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며 아쉬움을 달랬다.

소송전도 불사하겠다면서 정부와 전면전 의지를 보이던 이통사들만 남는 장사를 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통 3사는 과기정통부와 25% 요금할인에 대해 소송을 검토 중이라며 밀당을 하다가 결국 소송을 하지 않기로 했다. 표면적으로는 이통사가 백기 투항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분석이 높다. ‘소송 카드’를 쥐고 정부와 협상에 나서면서 얻을 것은 다 얻어냈다는 것이다. 소송전 이야기가 나오면서 정부의 시장 간섭이 이슈화됐다.

과기정통부가 선택약정 할인율을 25%로 높이되 소급 적용은 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기존 20% 약정자가 25% 약정으로 넘어갈 때 내야 하는 위약금을 면제해주려던 방안도 무산됐다. 전 정부에서 선택약정 할인율을 12%에서 20%로 올릴 때는 이통3사 모두 위약금을 면제해 준 것을 고려하면 이번 정책은 후퇴한 셈이다.

결국 이통사의 영업손실액은 예상과 비교할 때 크게 줄어들었다. 당초 이통사는 기본료 일괄 폐지 시 수입 감소액이 7조9000억 원에 달해 통신 3사의 영업이익 3조6000억 원의 2배를 넘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선택약정 할인율 25%를 기존 가입자에게 모두 적용할 경우 이통 3사의 영업 손실액은 1115억 원이지만 신규 가입자에게만 적용하면 영업 손실이 180억 원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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