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사되면 항공산업 사상 최대 규모 M&A…보잉·에어버스에 대한 영향력 더욱 커질 듯
세계 항공기 장비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조짐이다.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스(이하 UTC)가 부채를 포함해 약 300억 달러(약 33조7800억 원)에 록웰콜린스를 인수하는 방안 합의가 임박했다고 2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UTC는 록웰을 주당 140달러 안팎에 사들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이르면 이번 주말 합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록웰 주가는 이날 2.2% 급등한 130.74달러로 마감해 시가총액이 212억 달러로 늘어났다. 록웰의 순부채는 대략 70억 달러다. UTC 주가도 2.9% 뛰어 시총이 약 950달러로 확대됐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인수가 성사되면 항공산업 사상 최대 규모 인수·합병(M&A) 기록을 세우게 된다. 이전 기록도 UTC가 갖고 있다. UTC는 지난 2012년 랜딩기어와 엔진 하우징 등에 강점을 지닌 굿리치를 약 160억 달러에 인수했다.
UTC는 캐리어 에어컨과 오티스 엘리베이터, 항공 제트엔진 생산업체 프랫앤드휘트니(P&W) 등을 산하에 거느리고 930억 달러의 자산을 자랑하는 굴지의 대기업이다. 이런 UTC가 항공기 조종석 디스플레이와 통신시스템 등에 특화된 록웰을 인수하면 보잉과 에어버스 등에 대한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 확실시된다. 앞서 록웰 자신도 수개월 전 항공기 좌석과 인테리어 등 내장재를 생산하는 B/E에어로스페이스를 86억 달러에 인수하는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에 UTC는 인수가 성공하면 항공기 부품 전반에 걸쳐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게 된다.
FT는 불과 1년 만에 항공기 장비업계에 3건의 대형 M&A가 이뤄지고 있다며 통합 열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고 전했다. UTC와 록웰 이외 올해 초 프랑스 항공엔진 생산업체 사프란도 항공기 좌석업체인 조디악을 부채 포함해 87억 유로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록웰 주가는 올 들어 지금까지 40% 뛰었다. UTC의 그렉 헤이스 최고경영자(CEO)가 록웰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관측이 관측이 제기됐기 때문. 특히 록웰이 지난주 개최 예정이던 산업 콘퍼런스를 돌연 취소하면서 이런 관측에 더욱 힘을 보탰다.
전문가들은 UTC와 록웰은 서로 다른 항공기 부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반독점 이슈에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보잉과 에어버스 등은 항공기 부품업체들의 통합에 우려의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있다. 양사 모두 수익성 확대를 위해 애프터서비스용 부품 판매 사업에 나서고 있어 납품업체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앞서 UTC의 최대 라이벌인 허니웰이 UTC를 무려 900억 달러에 인수하려고 시도했을 당시 보잉과 에어버스 모두 반대를 표명했다. 결국 허니웰은 지난해 3월 인수 논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