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ㆍ하드웨어 기업에 투자, 재벌 대기업 생태계 활용해 중기와 협업해야"
“앞으로 새 정부 5년의 시간은 국내 벤처생태계 조성에 가장 중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혁신벤처정책연구소 주도로 새 정부 5년 동안의 큰 그림과 세부 과제를 내달 중에 제안하겠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은 24일 제주 하얏트리젠시 호텔에서 열린 조찬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안 회장은 내달 공식 출범을 앞둔 벤처 유관 단체장 모임인 ‘혁신벤처단체협의회’와 벤처기업계의 ‘브레인’ 역할을 맡게 될 ‘혁신벤처정책연구소’, 전날 발족한 ‘벤처스타트업위원회’ 세 조직을 중심으로 새 정부에서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2000년 초 벤처붐 시기 수준으로까지 발전시켜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벤처스타트업위원회·혁신벤처연구소·혁신벤처단체협의회’ 필두로 벤처·스타트업 생태계 조성 위한 대정부 정책제언 활동 = 이날 안 회장은 “내달 출범을 앞둔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현재 7개 벤처 단체와 창조경제혁신센터단체협의회가 퍼스트 티어(first tier, 1차 층위)를 구성했다"면서 “협의회는 앞으로 바이오, 의료 등 부문별로 다양한 기업과 단체를 모아 대정부 제언을 할 수 있도록 확장해나갈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내달부터 앞으로 5년 동안 분기별로 꾸준히 정책 발표와 정책 제안, 토론회를 꾸준히 열 계획“이라면서 ”앞으로 유관 단체의 참여 외에도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와의 협력 방안도 고민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안 회장은 벤처스타트업위원회의 출범 배경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국내 하드웨어나 제조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데 벤처스타트업위원회를 통해 정부에 제조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을 주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23일 공식 출범식을 가진 벤처기업협회 산하 벤처스타트업위원회는 17개 중견벤처기업과 스타트업, 지원기관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앞으로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 등의 대정부 정책 제언 기능에 초점을 맞춰 10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게 된다. 벤처기업협회가 아직 뚜렷한 대정부 창구를 구성하지 못한 스타트업계를 포용하게 되면 그만큼 협회의 목소리와 위상도 강화될 전망이다.
안 회장에 따르면 해외 시장에서 경쟁하며 외화를 벌어들여 국력을 키우는 것은 제조와 하드웨어 기업이다. 자연히 제조와 기술 부문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확대는 국가의 미래다. “국내에선 스타트업 벤처투자가 앱이나 서비스 기업 중심으로만 이뤄지고 있는데 큰 문제”라며 “벤처캐피털은 제조 부문에 투자할 때 외형적인 발달 수준을 보기보다도 미래 가치를 봐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국내 벤처·스타트업 생태계 복원은 ‘재벌대기업 생태계’의 활용에 달려 있어 = 나아가 안 회장은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협업을 통해서만이 이뤄질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국 고유의 ‘재벌 대기업 생태계’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벤처 생태계에 대한 몰입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사업 부문에 구석구석 침투한 대기업들과 다양한 벤처 기업들 사이에는 의외로 접점이 많다”면서 “이미 존재하고 상당히 발달한 우리나라 고유의 재벌대기업 생태계와 벤처 생태계가 조화롭게 엮여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재벌 대기업이야말로 스타트업과 벤처의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의 가장 유력한 구매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안 회장은 대기업과 벤처 사이의 협업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과감한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재벌 대기업 경영진들이 점차 벤처·스타트업을 협업 파트너로 생각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의외로 삼성을 보면 벤처와의 협업과 윈윈 전략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중”이라면서 “문제는 그들도 때론 나서 춤을 추고 싶은데 아무도 춤판을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이날 “모든 경제 시스템은 ‘혁신’과 ‘효율’의 두 축으로 이뤄진다”며 “작은 기업은 혁신을 맡고 큰 기업은 효율을 맡는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이어 “혁신과 효율, 벤처와 대기업의 결합은 인수합병(M&A)이나 오픈 플랫폼 형태로 이뤄지는데 한국은 이것이 지금까지는 순조롭게 이뤄지지 못했다”며 “앞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