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품목’ 안 사면 암묵적 불이익… 정보공개서 방대하고 이해하기 어려워

입력 2017-07-1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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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갑질 실태 들여다 보니…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이 연일 오르내리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제공하는 정보공개서 내용이 너무 어려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사업을 하고 있는가 하면 본사가 발주를 요구하는 ‘필수품목’을 비싸도 사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말하는 피해 사례를 들어봤다.

점주들의 피해는 계약서를 쓸 때부터 시작된다. 가맹사업법에 따르면 가맹계약 체결 전 본사는 가맹 희망자에게 ‘정보공개서’를 제공하고 14일의 숙고 기간을 가져야 한다. 정보공개서에는 본사에 발주해야 하는 필수품목과 초기 인테리어 비용, 가맹점 평균 매출액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정보공개서 내용이 방대하고 어려워 점주 대부분은 그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치킨전문점을 운영하는 A 씨는 “내용이 너무 많고 어려워서 무슨 말인지 몰랐다”면서 “다른 점주들도 내용을 다 알지는 못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의 ‘2016년 가맹사업거래 신청취지별 사건처리내역’에 따르면 ‘정보공개서 제공 의무 위반’이 109건으로 가장 많았다.

계약 당시 본사에서 예상 매출액을 부풀리는 경우도 있었다. 또 다른 치킨전문점을 3년째 운영 중인 B 씨는 “주변 매장 매출액을 평균해서 말해주는데 부풀려진 경우가 많다”며 “처음 (가맹점을) 시작하는 사람은 그걸 믿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식재료를 공급받는 데도 본사의 입김은 셌다. 정보공개서에 명시된 ‘필수품목’은 본사에 반드시 발주해야 하며 특히 소소한 품목까지 필수품목으로 표시된 경우가 많다. B 씨는 “본사에 발주하는 것보다 식재료마트 같은 곳에서 구매하는 게 싼 경우가 있지만 필수품목을 발주하지 않으면 본사에서 유통기한 검사를 한다는 등의 명목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본사에서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눈치를 주니 점주로서는 다시 발주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치킨전문점에서 취급하는 주류 선택도 가맹점 자율은 거의 보장되지 않았다. 본사와 주류회사는 연 단위로 계약을 맺어 가맹점에 해당 주류를 공급하는데 점주들은 가맹점별로 특정 주류회사의 주류를 판매하는 경우가 있다. B 씨는 “본사가 지정한 주류와 가맹점이 선택한 주류가 다를 경우 본사가 주류를 바꾸라고 강요하는 경우가 있다”며 “본사 요구대로 바꾸지 않으면 본사 지원이 줄어드는 등 암묵적인 불이익이 있다”고 털어놨다.

최근 ‘오너 리스크’로 인해 불매운동, 이미지 추락 등 점주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점주들은 보상받는 방법 자체를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과일주스전문점을 운영하는 C 씨는 “그런 보상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 했고 또 다른 점주 D씨도 “들어본 적 없다”고 일축했다.

이런 비대칭계약을 해소하기 위해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 등 국회의원 15명은 가맹본부 경영진이 위법한 행위를 했을 때 가맹점주들이 입은 경제적 피해를 의무적으로 배상토록 하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일명 호식이방지법)을 발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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