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급성장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시장 주도권 잡기 경쟁에 나섰다. 글로벌 낸드플래시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는 중국에 대규모 공장 증설을 검토 중이며,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반도체부문 인수를 통해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반도체 공장 설계부문 전문가들이 중국 시안으로 건너가 삼성전자 낸드 공장 증설 설계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전자공시를 통해 중국 시안 공장 증설에 대해 “낸드플래시 시장 대응을 위해 중국 시안뿐만 아니라 다양한 투자 방안을 상시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며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 혹은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2014년 준공된 시안 1라인에서는 월 12만장의 3D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고 있다. 증설될 2라인의 경우 월 10만장 안팎 규모가 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시안 공장은 낸드플래시 20만장을 생산하는 평택 공장과 함께 삼성전자 3D 낸드플래시의 양대 생산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1라인 공장 조성에 7조∼8조 원이 투자된 것에 비춰보면 2라인에는 10조원 가량이 투입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3D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지배력 유지를 위해 선제적인 투자에 나서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15일로 예정된 도시바 반도체 부문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브로드컴이 유력한 도시바메모리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유력하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최근 분위기는 달라졌다. 컨소시엄 간 합종연횡을 통한 세 불리기가 이어지며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ㆍ미ㆍ일 연합’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참여한 컨소시움이 도시바 인수에 성공할 경우, 단순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합산으로는 삼성전자에 이어 2위에 오르게 된다. 특히 SK그룹으로서는 하이닉스 이어 도시바까지 인수하며 한차례 더 도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D램 분야에서, 또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다. 이를 통해 1위 삼성전자를 위협하고, 반도체 굴기를 노리는 중국의 추격을 제압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한편,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지면 정보가 사라지는 D램과 달리 전원이 꺼져도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 비휘발성 메모리를 일컫는다.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입하면서 폭발적인 데이터량을 감당할 수 있는 저장방식으로 부상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낸드플래시 글로벌 시장 매출은 119억800만 달러(약 13조3600만 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47.7% 오른 결과다. 1분기는 통상적으로 낸드플래시 시장 비수기다. 전분기와 대비해서도 0.4% 감소하는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