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주식·채권보다 자금조달 쉬운 그림자금융에 몰려…올해 신탁대출 규모, 전년비 5배 급증
중국 당국이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은행 대출과 채권 발행 등을 제한하면서 신탁대출 등 그림자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그림자금융의 한 종류인 신탁대출이 이뤄진 규모가 올들어 4월까지 8823억 위안(약 145조447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다섯 배 가까이 급증했다고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신탁대출업체들은 높은 이자를 약속하며 개인과 기업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리스크가 큰 부문에 투자하고 있다. 중국에서 이들 신탁대출에 대한 규제는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느슨하고 예금보증보험 등의 안전장치도 부족하다. 그러나 기업들은 당국의 규제로 채권이나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신탁대출 등 그림자금융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중국 동부 칭저우 시정부 소유 기업인 칭저우시티건설&투자는 지난해 회사채 발행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당국의 규제에 회사채 금리가 오르면서 이 회사는 신탁대출로 돌아섰다.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칭저우시티건설은 신탁대출업체 다예트러스트를 통해 2억 위안을 조달했다. 칭저우 측은 다예에 2년 만기에 이자 약 8%를 약속했다. 여전히 이 금리는 비슷한 만기의 회사채보다 낮다고 소식통들은 강조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달 부채 증가를 이유로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을 28년 만에 처음으로 강등했다. 신탁대출 등 그림자금융이 확대되면 중국의 부채가 어느 정도 되는지 가늠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무디스의 조지 쉬 애널리스트는 “신탁 부문에 대한 규제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그 결과 많은 신탁대출업체들이 자신이 어디에 투자하는지 감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탁대출이 지난해 말 전체 그림자금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로, 정점에 도달했던 2013년 말의 15%에서 낮아졌다. 그러나 무디스는 “은행의 자산관리상품(WMP) 등 다른 그림자금융 상품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신탁대출 비중이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림자금융이 전반적으로 급속하게 커지는 것이 문제라는 분석이다.
심지어 정상적으로 은행 대출이나 채권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업도 그림자금융으로 돌아섰다. 중국 메이저 부동산 개발업체 스마오부동산홀딩스의 에바 라우 투자자관계(IR) 담당 매니저는 “채권 발행에는 너무 시간이 걸린다”라고 현 중국 금융시장의 문제점을 한 마디로 요약했다. 스마오는 최근 신탁대출을 통해 10억 위안을 조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