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 ‘비밀보장’ 이유로·후보자의 피부양자 아니라서…정보제출 의무화 사각지대 해소 …20대 13건 발의했지만 계류中
문재인 정부의 초대 내각 구성이 인사검증 문제로 삐걱대면서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의 보완 필요성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번에 논란의 중심에 놓인 위장전입과 같은 도덕성 분야에 대한 사전검증 절차를 강화하고 더욱 명확한 검증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법제화 노력을 기해야 할 국회에선 수년째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고위공직 후보자의 인사검증 강화와 인사청문회 제도 보완을 골자로 한 법안은 그간 여러 차례 발의됐으나 대부분 처리되지 못했다. 20대 국회 들어서도 1년 동안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이 13건 발의됐지만 아직 모두 계류 상태다. 자료제출 의무 등을 강화해 검증의 내실화를 꾀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국회에 임명동의안 등을 제출하기 전에 공직후보자에 대한 사전검증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임명동의안 등을 제출할 때에 사전 검증자료 및 결과를 첨부하도록 했다.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은 “대다수의 공직 후보자들은 금융거래에 관한 정보 또는 자료를 금융실명거래법에 따른 금융거래의 비밀보장을 이유로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청문특위 의결 시 금융거래 정보를 제출토록 의무화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의원은 공직후보자의 피부양자가 아니라는 사유로 임명 동의안 등에 첨부되는 재산신고 사항의 고지를 거부할 수 없도록 못박았다. 후보자의 부모 등 가족 재산을 사각지대 없이 들여다볼 수 있게 한 조치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야당 생활을 했던 민주당에선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법안 발의가 활발했지만, 임기만료 폐기로 빛을 보지 못했다.
원혜영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검증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원 의원은 “현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도덕성, 청렴성 등에 대한 검증이 정부 차원에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실시돼 정책적 능력과 비전을 검증하기보다는 후보자의 비리 폭로 장이 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며 대통령 소속 인사검증위원회를 설치해 후보자 지명 전 도덕성 검증을 전담하도록 했다.
민병두 의원도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통해 공직후보자의 사전검증 절차를 법제화하도록 하는 동시에, 인사검증 자료를 국회 임명동의안과 함께 제출토록 했다. 이와 함께 인사청문회에서 거짓 진술을 하는 후보자에 대해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처벌 규정을 신설했다.
신경민 의원도 자료 제출 의무를 강화하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냈다. 임명동의안의 국회 제출 시 최근 10년간의 △금융거래내역 및 신용정보사항 △국민연금 납부내역 △의료기관 진료내역 등을 증빙자료로 내도록 했다. 서면 답변에서라도 거짓 진술을 할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처벌 규정도 담았다.
그러나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 42건은 모두 임기만료 폐기됐다. 18대 국회에서도 같은 법안이 30건 발의됐지만, 27건이 폐기됐고 그나마 처리된 3건 법안엔 의미 있는 내용이 담겨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