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들, 도이체방크에 트럼프 계좌 등 내부조사 요구…트럼프 대출에 러시아 정부 보증 여부가 관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둘러싼 ‘러시아 게이트’ 의혹의 불똥이 월가로도 번지고 있다. 그 무대는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다.
도이체방크가 트럼프와 러시아 정부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31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맥신 워터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위원 등 야당인 민주당 소속 의원 5명은 지난 23일 도이체방크 측에 트럼프와 그의 직계 가족 계좌, 그들에게 제공한 대출과 보증에 대한 모든 문서와 교신기록 등에 대해 독립 회계 감사원을 고용해 내부조사를 벌이고, 그 결과를 미국에 넘겨달라고 요청하는 서신을 보냈다. 핵심은 도이체방크가 트럼프에 대출을 해 주면서 러시아 정부가 보증을 섰는지 여부다.
앞서 도이체방크는 지난 1월 뉴욕 금융서비스국(DFS)과 영국 금융감독청(FCA)으로부터 러시아 부유층 돈세탁 거래에 관여한 혐의로 총 6억3000만 달러(약 7300억 원)의 벌금을 맞았다. 의원들은 해당 사건에 대해서도 자세한 보고를 요구했다. 트럼프와 러시아 모두에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도이체방크를 매개로 트럼프와 러시아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는 것이다.
월가에서 이미 도이체방크는 ‘트럼프의 개인 금고’로 불려 이해상충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공공연하게 알려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지난해 공개된 한 문서에서는 트럼프 사업체가 10개 금융기관과 펀드로부터 최소 3억1500만 달러를 차입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중 3분의 1에 달하는 1억3000만 달러 이상을 도이체방크 미국 법인으로부터 빌렸다.
트럼프는 뉴욕 출신이지만 아버지 대(代)부터 부동산 사업을 펼친 거점은 부촌인 맨해튼이 아니라 빈민가인 퀸즈였다. 상류층에 도전하는 형태로 벼락 출세한 트럼프였기에 월가에서는 찬밥 신세였으며 이에 트럼프가 도이체방크와 밀접한 관계를 쌓았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월가 은행들도 러시아 게이트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와 도이체방크의 관계가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금융기관과의 거래 전모를 파악하기가 어려울뿐더러 트럼프 사업 관련 대출을 증권화한 상품을 어떤 금융기관이 갖고 있는지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JP모건체이스와 웰스파고 등이 트럼프 관련 증권화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트럼프 정부와 러시아의 커넥션이지만 금융규제 완화가 정책의 초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정부와 금융업계의 이해상충 문제는 주목받기 쉬운 테마다. 이에 월가는 이런 소란이 차라리 도이체방크에 국한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