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이슈] “엄마를 부탁해”…임신·출산 여직원에 도우미 붙여주는 ‘주식회사 미국’

입력 2017-04-06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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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프스서드뱅코프 회사 한 여성 직원이 출산을 앞두고 회사가 고용한 출산·육아 전문가와 상담하고 있다. 사진=WSJ

둘째 아이 출산을 앞두고 있는 은행원 렉서스 스미스(25) 씨는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첫째 아이 육아와 직장에 다니느라 둘째 아이의 출산 준비를 해놓지 못했는데 출산 예정일이 갑작스럽게 앞당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가 일하는 은행 피프스서드뱅코프가 제공하는 컨시어지 서비스 덕에 한시름놨다. 회사가 고용한 출산·육아 전문가가 임신축하 파티 ‘베이비샤워’일정을 조율해주고, 출생신고 카드를 주문하는 등 출산 준비를 도맡아 진행해줬기 때문이다. 이 은행은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출산·육아 전문가 2명을 특별 채용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피프스서드뱅코프처럼 일하는 엄마들이 가사와 회사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자칫 출산과 육아로 여직원들의 경력이 단절될 수 있는 상황을 회사가 나서서 예방해 인재 확보에 나서는 것이다.

피프스서드뱅코프가 제공하는 컨시어지 서비스 범위는 넓다. 유모차를 추천해주고 유축기 등 육아용품 구매 대행은 물론 출산 후에는 처녀 시절 몸매로 돌아갈 수 있도록 체질에 맞는 운동까지 추천해준다. 한마디로 예비엄마와 초보엄마들의 고민들을 덜어주는 서비스가 총망라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작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은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여직원은 140여 명이나 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이 회사가 해당 서비스를 도입한 것은 여직원들이 직장을 떠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 은행이 통계를 내보니 출산 휴가를 다녀온 여직원 중 1년 이내에 회사를 떠나는 비율이 그렇지 않은 여직원의 이직률보다 두 배나 높았다. 그만큼 출산한 여성 인재 유출이 심각하다는 위기의식이 커졌다. 이 회사 전체 1만8000명 직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하지만 여성 임원 비율은 23%에 그친다. 컨시어지 프로그램을 기획한 임원인 테레사 태너는 회사의 여성 임원 비중을 높여야 한다면서 해당 서비스의 취지를 설명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이처럼 직원들이 일과 가정의 균형을 잡도록 지원하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다. 신용카드 업체 아메리칸익스프레스(아멕스)도 피프스서드뱅코프와 유사한 서비스를 도입했으며 소비재 제조업체 존슨앤드존슨은 출장 간 여직원의 모유 배달 비용을 대신 지불해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투자회사 KKR은 여직원이 출장을 갈 경우에 보모를 동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IT 업체 구스토는 초보 엄마·아빠들을 위해 음식배달 서비스와 집 안 청소를 지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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