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 업무정지로 대우건설 등 감사인 교체해야
건설ㆍ중공업 등 수주산업의 회계감사는 올해 더욱 엄혹해 질 것이란게 업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 같은 관측이 제기되는 배경은 딜로이트안진이 업무정지를 받으면서 다수의 건설사가 회계법인을 교체해야 되기 때문이다. 딜로이트안진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묵인해 업무정지를 받은 만큼 다른 회계법인은 수주산업 회사가 제출한 재무제표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우선 건설사 중에서는 대우건설, 현대건설, 한진중공업, 코오롱글로벌, 삼호, 이테크건설이 딜로이트안진에서 다른 회계법인으로 감사인을 교체해야 한다. 현대건설, 삼호, 코오롱글로벌, 이테크건설은 딜로이트안진과 계약을 맺은 지 3년 차이기 때문에 의무 교체 대상에 해당한다. 나머지 건설사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감사인 지정 대상이다.
특히 이 중 대우건설과 한진중공업의 경우 올해 회계법인이 강도 높은 감사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통상 감사인인 회계법인이 교체되면 과거 재무제표까지 다시 들여다본다. 감사 부실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기존 감사인의 감사를 재검토하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서 검토 의견 거절을 받았기 때문에 이 같은 경향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황덕규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대우건설은 상대적으로 원가율이 낮은 수준에 형성돼 있다”며 “2018년 이후 완공 예정인 해외 프로젝트의 원가율 추이에 대한 지속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진중공업의 경우 2014년과 2015년 재무제표에 손실을 뒤늦게 반영한 데 대해 금융감독원이 감리에 착수한 상황이다. 금감원의 감리 대상은 한진중공업뿐 아니라 당시 이 회사를 감사한 딜로이트안진도 포함된다. 이미 2017 회계연도 감사 업무정지를 받은 딜로이트안진이 한진중공업에서도 부실 감사가 적발될 경우 추가 제재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이 같은 환경에서 한진중공업을 감사할 새 회계법인은 이 회사의 재무제표를 더욱 엄밀히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신용평가업계도 건설사의 해외 미청구공사 규모에 주목하고 있다. 미청구공사는 사업을 수주한 곳에서 앞으로 받을 미수 채권이다. 이는 재무제표에서 자산으로 인식된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이를 부풀려 분식회계를 저질렀다.
건설사들이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국내 주택공사를 벗어나 해외사업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미청구공사 규모는 증가하고 있는 구조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GS건설의 중동ㆍ북아프리카 지역의 상시 모니터링 대상 미청구공사 규모는 4007억 원에 달한다. 이 외에 같은 기준 대우건설은 850억 원, 한화건설은 363억 원 등 회수 가능성이 의심스러운 미청구공사 규모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신평사에서 건설사 해외공사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기에 이들을 감사하는 회계법인은 더욱 엄밀한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도 건설사를 주시하고 있다. 이 기관은 올해 테마감리 대상으로 건설사 등 수주산업을 지정했다. 올해 초 현대건설을 시작으로 대부분의 대형 건설사들이 금감원의 테마감리를 받을 예정이다. 금감원 회계심사국에서 진행하는 테마감리는 특정 산업을 연간 단위로 집중 들여다보는 감리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이 2016년 감사보고서에서 한정을 받았을 뿐 아니라 안진도 업무정지 징계가 내려진 상황이기에 다른 회계법인들도 까다롭게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수주산업의 경우 올해 보고서를 정정 신고하는 경우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