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지금 시작해도 36년 후 건립 가능 고준위 방폐장, 더 늦추지 말자

입력 2017-02-22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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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100세 시대를 앞둔 요즘 노후 준비가 이슈다. 사회초년생들은 벌써부터 착실히 준비하고 있지만, 중장년층들은 은퇴 후 쓸 용돈부터 자식들 결혼비용까지 걱정이 산더미다. 노후 걱정은 오래된 시설에도 해당한다. 바로 올해 6월 영구정지 예정인 고리원전 1호기 얘기다. 지난 39년간 전력 생산의 소임을 다하고 명예롭게 은퇴해야 하지만, 원전에 남은 고준위 방폐물을 보낼 곳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사람으로 치면 아직 노후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셈이다.

방폐장 건설은 1983년 이후 역대 여러 정부에서 9차례에 걸쳐 추진했으나, 번번이 무산되면서 우리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갈등을 경험했다. 정말 아픈 경험이었지만 결코 헛되지만은 않은 과정이었다. 참여정부에서 고준위와 중ㆍ저준위 방폐장을 분리 추진한 이후 2015년에 경주 ‘중ㆍ저준위 방폐장’을 본격 운영하는 성과를 이뤘다. 고준위 방폐물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18대 국회에서는 여야 합의로 공론화의 기반을 마련했고,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 활동은 이번 정부까지 이어졌다.

지난 34년간의 경험은 다양한 형태의 공론화 과정이었으며, 고준위 방폐물 관리정책의 법제도화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안전한 방폐물 관리는 정권을 넘어 중장기적으로 대비해야 하는 국가적 과제이므로 투명하고 일관된 정책 집행이 필요하고, 국민적 이해와 감시가 함께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독일, 일본 등 대다수 국가들도 법적 근거를 마련한 후 부지 선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축적된 경험과 교훈을 토대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마련해 11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절차에 관한 법률’을 국회에 제출했다. 어수선한 정국 상황 때문인지 아직까지 국회 차원의 논의는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고준위 방폐물은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현안이며, 우리 세대가 책임 있는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론이 나쁘다고 숨길 수도, 미룰 수도 없다. 당장 2019년부터 월성원전의 사용후핵연료 포화가 예고돼 있고, 극단적으로 우리나라 모든 원전이 멈추더라도 지금까지 배출된 1만4000톤의 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은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가 제출한 고준위 방폐물 관리절차법은 말 그대로 절차법이다. 특정 부지를 예단하지 않고, 철저한 지질조사와 주민의사 확인을 필수로 하는 부지 선정 과정부터 관리시설을 건설ㆍ운영하기까지 전 과정을 담았다. 과정마다 세부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반복적 논의를 거치고 보완해 나가야 할 문제다. 이미 각계 전문가들은 기술개발 등 세부 전략을 착실히 준비하고 있지만, 관리절차법이 있어야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갈 수 있다. 올해 법이 제정되더라도 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 건립은 36년 후인 2053년에나 가능하다.

국회가 나서서 법안 논의의 자리를 만들어 주기를 희망한다. 공청회와 법안 심의를 통해 지난 34년간의 공론화를 마무리하고, 조속히 법을 제정해야 할 시기다. 이를 통해 미래 세대에 안전한 환경을 물려주는 것이 우리 세대의 가장 가치 있는 노후 준비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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