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ㆍ환율전쟁 촉발에 ‘러시아 커넥션’까지 온갖 구설수…반이민 행정명령ㆍ각료 인준 난항 등 내치도 혼란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고 나서 한 달을 맞은 가운데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벌집을 쑤셔놓은 것처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16일(현지시간) 발간한 최신호 표지에서 짙은 먹구름과 폭풍우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 앉아 있는 그림과 함께 ‘여기에 볼 것은 없다’라는 제목을 달고 ‘트럼프 백악관의 혼란을 들여다본다’라는 머릿기사를 보내 트럼프의 한 달을 정의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와 중국 일본 독일 멕시코 등 주요 교역상대국에 대한 과격한 비판, 수십년간 지속된 미국의 강달러 정책을 뒤집으려는 것처럼 보이는 발언 등으로 트럼프는 전 세계에 무역ㆍ환율전쟁의 전운을 감돌게 했다.
외교ㆍ안보 방면에서도 트럼프의 좌충우돌적인 행보가 이어졌다. 트럼프는 지난달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멕시코에는 나쁜 놈들이 너무 많다”며 “멕시코가 이들을 막지 못하면 미군을 내려보내겠다”고 말하는가 하면 맬컴 턴불 호주 총리에게는 “당신과의 통화가 이날 했던 통화 중 최악”이라는 막말을 쏟아내 구설수에 올랐다.
여기에 트럼프 캠프가 미국 대선 전부터 러시아에 접촉했다는 ‘러시아 커넥션’까지 터져 안보사령탑인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전격 사임하는 등 혼란이 잇따르고 있다.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은 “국가 안보와 관련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누가 책임자이고 누가 정책을 만들고 결정을 내리는지 백악관 밖의 사람들이 아무도 모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도 혼란에 빠지기는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지난달 말 무슬림 7개국 국민의 입국을 금지하고 난민수용을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사회를 분열시켰다. 법원이 결국 트럼프 행정명령 중단 판결을 내렸지만 트럼프가 이민 관련 새 행정명령을 추진하고 있어 아직 불씨는 남아있다.
새 정부를 이끌 핵심 각료 인준도 난항을 겪고 있다. ‘반(反) 노동’ 성향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앤드루 퍼즈더 노동장관 지명자는 불법 가정부를 고용했다는 사실이 들통나 상원 인준 표결도 가지 못하고 사임했다. 공교육 분야 경험이 없어 부적격자라는 논란을 빚었던 벳시 디보스 교육장관은 상원 표결에서 찬성과 반대가 50대 50으로 동수를 이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역사상 처음으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해 가까스로 인준을 통과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상원 인준에서 47표로 역대 가장 많은 반대표를 받았다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하고 나서 TPP 탈퇴와 에너지산업에서의 규제 철폐, 1개의 규제를 도입할 때마다 기존 규제 2개를 철폐하는 ‘원 인, 투 아웃(One in, Two out)’,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비, 미국 근로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비자프로그램 남용 조사 등을 약속했다.
트럼프는 불과 한 달 만에 각종 행정명령을 통해 이를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애초에 공약 자체가 논란이 컸던 만큼 너무 성급하게 나선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반이민정책과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 건설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 글로벌 경제ㆍ금융 리더들은 트럼프가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제정된 도드-프랭크법 폐지나 개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트럼프가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의 ‘레거시(유산)’ 지우기에만 너무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실제로 트럼프는 지난달 20일 취임하고 나서 일주일간 TPP 탈퇴와 키스톤XL 송유관 프로젝트 재개 논의, 오바마 건강보험 개혁법안인 오바마케어 실행 보류 등 오바마 핵심 정책을 뒤집었다.
취임 초기 과제 중 남은 것은 트럼프 경제정책의 핵심인 대규모 감세와 인프라 투자정책이다. 트럼프는 지난주 앞으로 수주 안에 구체적인 감세 방안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가 선거 유세에서 약속한 것처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지도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이를 행동에 옮기면 주가 폭락과 환율 급변동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 막대한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