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근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한 이란에 대한 공식 제재에 착수했다.
미국 재무부는 3일(현지시간) 이란 정부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이 있는 13명의 개인과 12명의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제재 대상은 이란을 위해 탄도 미사일 기술을 확보한 이란·레바논·중국·아랍에미리트(UAE) 출신 인물과 기업들이다. 이들 개인과 기업은 미국과 미국 시민권자들과 어떤 거래도 하지 못하게 된다. 이번 제재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이란에 대한 첫 제재다. 이에 일각에서는 미국의 이번 조치가 그간 이란 핵협상에 불만을 드러내온 트럼프 정부가 협상 파기까지 염두에 둔 전략적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일 주일여 만인 지난 29일 중거리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를 했다. 이란 정부는 미사일 발사 사실은 시인했으나 안보리 결의안을 어긴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날 재무부는 “오늘 발표한 제재는 이란의 악의적 행동에 대응하기 위한 재무부의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는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 저촉되지 않는 것”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복수의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이번 추가 제재는 이란 핵 프로그램을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며, 이란 핵 합의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란 핵협상에 불만을 공공연히 드러내온 트럼프 정부와 이란 당국 간의 마찰이 이번 제재를 계기로 더욱 악화되면서 결국 이란 핵 합의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에서 “이란은 미국과 한 ‘끔찍한 협상’(이란 핵 합의)에 감사했어야 했다. 이란은 다 죽어가는 상황이었고 미국이 이란 협상의 형식으로 1500억 달러(약 171조5000억원)라는 생명줄을 주기 전까지 붕괴 위기에 있었다”며 이란 핵 합의를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이란 정부도 트럼프 행정부에 강경 대응하고 있어 양국의 갈등은 갈수록 고조되는 형국이다. 이란 외무부는 전날 마이클 플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의 ‘공식 경고’브리핑에 대해 “상습적인 근거 없는 도발”이라고 이라면서 미국의 제재에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란은 이미 트럼프 정부 출범 이전부터 미국이 추가 제재에 나설 경우 핵 합의를 파기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공언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