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평 남짓 사무실에 직원 2명…투자사 대표 '1달러' 짜리 회사만 여럿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과 문화계 실세 차은택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CJ그룹 ‘K컬처밸리’ 사업에 갖가지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의회 박용수 의원은 “CJ그룹이 투자를 받은 싱가포르 투자사 ‘방사완 브라더스’가 사실상 페이퍼컴퍼니 의혹을 받고 있다”라고 밝혔다.
25일 경기도의회 박용수(더불어민주당·파주2) 의원은 본지와 만나 “CJ그룹이 추진한 K컬처밸리(고양 일산동구 장항동) 컨소시엄(케이밸리)에 투자한 싱가포르 ‘방사완브라더스’는 상대적으로 소규모 회사였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전날 경기도의회 CJ그룹 특혜의혹 조사특위 의원 5명과 함께 싱가포르 현지 조사를 마치고 이날 오전 귀국했다.
박 의원은 1조4000억 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인 K컬처밸리 사업 추진 과정에서 CJ그룹이 일부 특혜를 누렸다는 의혹을 현지에서 확인했다.
앞서 청와대의 한 행정관이 경기도 행정부지사에게 수 차례 전화를 걸어 “고양시 관련 부지를 CJ측에 무상으로 제공하라”는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경기도가 난색을 표하자 CJ측이 외국계투자사를 동원, 부지 특혜를 누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논란이 된 사업시행자 컨소시엄 '케이밸리'는 CJ E&M이 450억 원, 싱가포르 방사완브라더스가 50억 원(10%)을 투자해 만들었다. CJ그룹은 부지 무상이용이 사실상 무산되자 싱가포르 투자사를 동원, ‘외국계투자기업’에게 주어지는 부지 혜택을 누린 것으로 관측된다.
싱가포르 현장 조사를 마친 박 의원은 “현지 투자사는 굴지의 대기업 CJ가 발행한 수백억 원대 전환사채를 사들이고, 케이밸리(컨소시엄)에 투자할 수 있는 규모의 회사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경기도의회 조사특위에 따르면 방사완브라더스는 지난해 6월 설립된 1년을 갓 넘은 신생 투자사다. 그동안 50만∼120만 싱가포르 달러, 우리 돈으로 4억~9억 원 수준의 소규모 투자만 실행해 왔다. 그 조차 5건이 전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조달규모와 단기 대출 및 주선 실적밖에 없는 투자사가 대기업 CJ가 추진한 대규모 프로젝트에 뛰어든 배경에도 여러 의혹이 제기된다.
특위 관계자는 “K-컬처밸리 정도 규모면 사업리스크를 줄일 목적으로 금융회사, 건설사 등 다수 회사가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기도 역시 해당 회사에 대한 신용 및 자격 심사를 하는 게 통상적인데 경기도는 설립 1년밖에 안 된 방사완브라더스에 대해 어떠한 조사도 벌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용수 의원은 “방사완 브라더스의 설립 당시 주소는 회사 대표의 주거지였다. 최근에 옮겼다는 사무실 역시 5평 남짓에 직원은 대표를 포함해 2명 뿐이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회사가 CJ가 추진한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전환사채로 수익을 노렸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 의원은 “방사완은 사실상 방사완 브라더스와 방사완 캐피털 등 두 회사로 나뉘어져 있다”며 관련 의혹을 밝혔다.
그는 “CJ 컨소시업에 투자한 50억 원은 (방사완)브라더스가 SC은행 동경지점에서 대출을 받아 투자했다”며 “자회사인 방사완 캐피털 역시 같은 은행에서 330억 원을 대출받아 CJ가 발행한 전환사채를 사들였다”고 말했다.
자본금 10억 원이 채 되지 않는 소규모 투자사가 "CJ 투자"를 앞세워 일본 은행에서 싼 이율로 자금을 대출받고, 이를 다시 CJ에 투자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CJ가 '외국계투자회사'의 혜택을 누렸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CJ측이 사업부지를 획득할 때 외국인투자기업에게 적용되는 최저 1% 대부율을 노린 것이라는 의혹이 이어진 바 있다.
경기도는 지난 6월 K-컬처밸리 테마파크 부지(23만7401㎡)를 토지가액(833억 원)의 1%인 연 8억3000만 원에 50년간 장기 임대하기로 사업시행자 케이밸리와 계약을 맺었다. 1%는 외국인투자기업에 적용되는 최저 대부율이다.
방사완 브라더스의 자회사 '방사완 캐피털'은 본격적으로 CJ측으로부터 수익을 얻기 위한 도구였다. 방사완 캐피털이 역시 같은 SC은행 일본 동경지점에서 330억 원을 대출받았다. 이 돈으로 CJ가 발행한 전환사채를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율은 무려 12.45%다.
즉 방사완 측은 동경 SC은행에서 싼 이자로 자금을 대출받아 CJ컨소시엄에 투자하고, 자회사 방사완 캐피털 역시 같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CJ의 전환사채를 매입, 향후 막대한 이윤(연간 약 41억 원)을 얻게될 것으로 보인다.
박용수 의원은 “싱가포르 방사완 브라더스의 대표는 현지에서 대출 알선으로 이름난 인물”이라며 “코트라 싱가포르 무역관을 통해 확인한 결과, 투자회사 명의를 빌려주고 있는 방사완의 대표(Ronnie Chia)는 1달러 짜리 회사도 2개 더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 사업인데 부지공급 계약식에 방사완 브라더스 관계자가 현장에 오지도 않았고, 현재 진행상황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케이컬처는 CJ E&M이 급조한 외투기업이고 경기도는 ‘외부의 힘’을 의식해 사실상 CJ E&M의 조력자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