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완성차 제조 사업에 뛰어들지 않습니다.”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한 직후 14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실시한 하만 인수 컨퍼런스콜. 손영권 전략담당 사장은 왜 삼성은 완성차 사업을 할 의사가 없다고 강조했을까.
앞서 지난 8월 이탈리아의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자동차 부품계열사 마그네티마렐리를 인수하기 위해 협상 중이라는 내용이 알려진 후에도 삼성은 “전장 사업의 확대를 위한 것일 뿐”이라며 완성차 진출에 대해 완강히 부인했다.
삼성은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등 그룹 내 계열사를 통해 완성차(전기차)의 핵심부품인 배터리와 전기모터, 차량용 반도체 등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전장 관련 업체 인수나 사업 확대를 밝힐 때마다 완성차 진출 여부가 업계에 큰 관심사로 떠오른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항상 “우리는 완성차 사업에는 관심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이는 완성차 진출 루머 자체가 삼성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통상 완성차 업체들은 경쟁사 산하의 전장업체들로부터 부품을 조달받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삼성전자가 인수한 하만의 경우, 완성차 업체와 별다른 지분 관계가 없고 이는 다수의 완성차 업체와 공급 관계를 맺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장사업 고객사들이 바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라며 “전장 부품사업을 통해 고객사를 확보해야 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완성차 업체를 자극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구나 완성차 사업은 삼성에 뼈아픈 기억이기도 하다. 삼성은 1995년 삼성자동차를 설립했지만 시장에 제대로 뿌리도 내리지 못한 채 2000년 프랑스 르노에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당시 사업 철수와 함께 “앞으로 냉장고를 제외하고 바퀴 달린 사업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은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삼성은 완성차를 제외한 자동차 부품 관련 사업을 스마트폰에 이은 그룹의 새로운 먹거리로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지난해 말 삼성은 권오현 부회장 직속으로 전장사업을 출범시켰다. 삼성이 전장사업에 뛰어든 것은 스마트폰과 반도체 기술력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고성장 시장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세계 전장 시장규모는 지난해 2390억 달러(약 282조 원)에서 2020년 3033억 달러(약 358조 원)로 커질 전망이다.
이번 하만 인수를 통해서는 커넥티드카 기술 솔루션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만이 가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사이버 보안 기술, OTA(over-the-air) 업데이트, 텔레매틱스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는 얘기다.
다만 일각에서는 삼성이 언제까지 손을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부품 사업 주도권을 확보해 시장에서 영향력을 갖춘 상황에서 자동차가 지금의 스마트폰 수준으로 크게 확산된다면, 언젠가는 직접 생산까지 나설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