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미래다] 갱년기 증상 개선 콩잎, 노화 막는 국화… 밭에서 찾은 특효약

입력 2016-11-1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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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건강기능식품화 연구 각광… 식물성 에스트로겐 수요 증가에 파바톤 콩잎 재배기술 개발… 울릉국화 노화억제 성분으로 고부가 기능성 소재 개발 기대… 누에고치로 치과용 차폐막 만들어 양잠농가 소득↑·의료기기 국산화

‘내가 먹는 게 내가 된다.’ 평생에 섭취하는 음식물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일깨우는 말이다. 평균수명과 기대수명이 올라갈수록 건강한 장수에 대한 바람이 비례해서 높아지는 시대다. 우리 농촌은 지금 단순한 먹거리 생산지 역할을 넘어 의약품 공급처로 빠르게 변신 중이다.

10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세계 식품시장은 지난해 5조5600억 달러(약 6300조 원) 규모로 계속 성장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1조7800억 달러)과 정보기술(IT) 시장(3조900억 달러)을 합한 것보다 큰 수치다. 이 중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2020년 6400억 달러(약 700조 원) 수준까지 커질 전망이다.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조329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2% 증가했다.

이에 농진청은 우리 농산물의 건강기능 식품화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생물의 기능성 물질의 대사경로를 이용해 작물의 고부가가치 창출을 추진 중이다. 대사체 생산 농업(metabolite farming)은 농산물의 주요 활성물질의 함량을 높여 작물의 가치를 높이는 농법으로, 농생명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분야로 주목받는다.

농진청과 경상대학교 박기훈 교수 연구팀은 최근 일반 콩잎에서 식물성 에스트로겐(Phytoestrogen)이라 불리는 이소플라본이 다량 함유된 기능성 파바톤 콩잎의 재배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에스트로겐은 여성의 건강 유지를 위한 대표적인 호르몬으로, 중년 이후에 급속히 감소해 다양한 대사성 및 갱년기 질환과 피부노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런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에스트로겐 호르몬제제를 사용하고 있으나 부작용 우려로 인해 대체제로 이소플라본과 같은 식물성 에스트로겐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파바톤 콩잎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한 식물성 에스트로겐 함유량이 10∼13mg/g 수준으로 일반 콩(0.4∼2.3mg/g)보다 5배 이상 높다. 갱년기 동물 모델을 이용해 갱년기 증상 완화 효능을 확인한 결과, 골밀도 및 조골세포의 기능 향상과 콜라겐 합성이 정상에 가까운 수준을 유지했다. 파바톤 콩잎은 파종에서 수확까지 60일 이내의 짧은 재배 기간으로 2~3모작이 가능하다.

조남준 농진청 연구운영 과장은 “농업과 생명공학 기술의 접목은 앞으로 농가의 소득 증대를 가져올 것이며, 기술의 실용화를 통해 과학 영농이 실현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울릉도에 자생하는 울릉 국화의 경우 세포실험과 동물실험을 통해 노화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농진청은 사람 피부섬유아세포에 노화를 유도하는 물질(도소루비신)을 처리한 뒤 울릉국화 에탄올 추출물을 2㎍/㎖, 4㎍/㎖, 8㎍/㎖의 농도로 처리했다. 그 결과 도소루비신만 처리한 대조군에 비해 각각 34.8%, 46.3%, 61.1%로 세포 노화를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진청은 울릉국화 추출물을 포함하는 △염증성 질환의 예방 또는 치료용 조성물 △세포노화 억제용 조성물 △세포노화 억제와 주름개선 및 피부탄력 개선을 통한 동안용 화장료 조성물 등의 연구 결과를 특허 출원했다.

농진청 인삼특작이용팀 이승은 농업연구사는 “고부가가치 식·의약 및 화장품 산업 등에서 유용한 천연 소재로 활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라며 “혈관 노화 예방 효과를 활용한 노화억제 기능성 소재 개발로 연구가 확대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앞서 농진청은 강릉 원주대와 공동 연구를 통해 누에고치를 이용한 치과용 차폐막을 최초로 개발한 바 있다. 치과용 차폐막은 손상된 잇몸 조직의 회복을 위한 잇몸뼈 재생술이나 인공치아를 이식하는 임플란트 시술 시, 잇몸뼈의 양을 늘리기 위해 사용하는 막이다. 잇몸뼈 재생에 방해되는 세포들이 치료 부위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을 한다.

농진청이 개발한 치과용 실크 차폐막은 생체 적합성과 안전성이 검증된 실크를 이용해 누에고치에서 차폐막에 알맞은 특수층을 분리, 치밀한 망사 형태를 갖는 사각 모양의 얇은 막으로 제작했다. 실크 차폐막은 시판 중인 고어텍스 소재 차폐막보다 8배, 콜라겐 소재 차폐막보다 2배가량 뛰어난 잇몸뼈 형성 능력을 지녔다.

봉합 강도가 높아 차폐막 시술 시 잘 찢어지지 않고, 입안의 젖은 환경에서도 잇몸뼈가 재생될 때가지 물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농진청은 실크 차폐막의 특허출원을 마친 후 산업체에 기술을 이전했다.

농진청 조유영 박사는 “치과용 실크 차폐막 개발로 기존의 값비싼 수입 차폐막을 대체할 수 있어 국민건강 증진은 물론, 양잠농가의 소득 증대와 의료기기의 국산화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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