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채권시장도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향방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투자 보고서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백악관행 티켓을 거머쥐게 될 경우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클린턴의 승리로 대선 불안감이 누그러지면서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을 선호하면서 국채 매도세가 커질 것이란 이야기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국채는 글로벌 국채시장의 벤치마크로 통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를 경우 전 세계 개인과 기업의 차입 비용이 높아지는 현상이 일어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간 미국 국채 금리는 미국 대선 레이스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미국 국채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수익률은 클린턴이 트럼프와의 지지율 격차를 벌리기 시작한 7월 말 최대 36bp(1bp=0.01%) 상승했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방침을 밝힌 이후 10년물 국채 금리는 하락하기 시작했다. 대선을 둘러싸고 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안전자산이 국채수요가 늘어난 영향이었다. 이와 관련해 BMO캐피칼마켓의 이안 린젠 미국 금리 전략 책임자는 클린턴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금리가 평균 5bp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클린턴이 당선된다고 해도 공화당이 상·하원 중 한 곳에서라도 다수당 지위를 차지하게 된다면 국채 금리 상승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클린턴의 재정 부양책이 트럼프보다 소규모에 그칠 것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민주당이 의회 선거에서 압승하게 될 경우 세출 증가로 인해 국채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 블랙록은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돼 핵심 공약이었던 부자증세를 실시했을 경우 면세 채권인 지방채 인기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가 승리하게 될 경우에는 지난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때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6월 23일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EU 탈퇴가 결정된 이후 2주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39bp 하락했으며 9월 이후에서야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크레디아그리콜은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0bp 이상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의 존 노만드 환율·상품·국제금리 리서치 책임자는 트럼프가 승리한다면 향후 수일간 국채 금리가 1.78%에서 1.7% 밑으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공화당이 상·하원에서 과반수를 차지한 경우에는 트럼프 감세 및 인프라 투자계획이 탄력을 받아 국채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영향으로 미국 국채를 보유한 다른 국가들이 매도에 나선다면 미국 국채 금리 상승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고 크레디아그리콜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