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등은 제3자 실험실 통해 배터리 시험…자체 테스트도 흔한 일”
미국 무선산업무역그룹(CTIA)은 문제가 된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배터리가 회사 자체 테스트를 거쳐 인증을 받았다며 이는 다른 스마트폰 업체의 관행과 다른 것이라고 밝혔다고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미국 주요 이동통신업체들을 통해 스마트폰을 판매하려면 업체들은 CTIA가 인증한 실험실 28곳 중 한 곳에서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가 정한 기준에 부합하는지 검사를 거쳐 인증을 받아야 한다. 삼성은 CTIA 인증 기관으로 인정받은 내부 실험실이 있는 유일한 업체다.
삼성 대변인은 “내부 실험실 테스트에서는 갤럭시노트7 원제품과 교환품 모두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CTIA 인증을 받은 제3자 실험실을 통해 배터리를 시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WSJ의 문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레노버그룹 산하 모토로라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노키아는 자체 실험실을 갖고 있었으나 CTIA는 “두 실험실 모두 문을 닫은 상태여서 두 업체 모두 제3자 실험실을 이용한다”고 전했다.
톰 사와노보리 CTIA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우리는 담당 실험실의 인력이 자격이 있는지, 기준을 준수하는지, 제조업체로부터 부당한 압력이 있는지 등을 철저히 감사한다”며 “테스트 실험실은 일반적으로 별도 기관으로 둬 따로 통제를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그동안 1500개가 넘는 배터리를 인증해 왔다”며 “이슈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지난주 CTIA 인증 실험실 엔지니어들이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리는 연례 회의에 참석했다. 그러나 이 회의에서 삼성의 갤럭시노트7 문제가 논의되지는 않았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2000년대 초반 저가 배터리가 홍수를 이루면서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자 CTIA와 미국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 IEEE 등이 2005년 배터리 테스트를 위한 자발적인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에디 포루잔 IEEE 위원은 “이런 프로세스가 안전 문제를 급격히 줄였다”며 “제조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스마트폰을 테스트하면 잠재적으로 이해관계 상충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모토로라 실험실에 재직하다가 현재 한 테스트 실험실 운영을 돕고 있는 존 코플랜드는 “스마트폰 업체들이 자신의 기업비밀 보호를 위해 자체적으로 실험실을 운영하는 것은 흔한 일”이라며 “철저한 감사는 이해관계 충돌을 막는데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제이슨 하워드 IEEE 의장도 “외부에서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실험해 인증을 받았다는 사실이 신경 쓰일 수 있겠지만 이는 흔한 일”이라며 “기업들은 외부 실험실에 맡겨 결과가 오래 나오길 기다리는 대신 자체 실험실 운영으로 제품을 좀 더 빨리 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지난 2009년부터 CTIA 인증 실험실을 운영해오고 있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포루잔 위원은 “삼성이 신속히 배터리 문제 원인을 밝혀내 세부사항을 공개하기를 바란다”며 “이를 통해 전문가들이 안전테스트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