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대 모터쇼로 손꼽히는 파리 모토쇼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이탈) 성토장이 됐다. 포스트 브렉시트 이후 유럽 역내 판매에 타격을 받을까 노심초사하는 글로벌 완성차들의 우려와 원성이 한자리에 모이게 된 것이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연합 최고경영자(CEO)는 29일(현지시간) 개막한 파리 모토쇼에서 영국에 대한 신규 투자를 철회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곤 CEO는 “닛산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중요한 투자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영국 정부는 만약 브렉시트로 EU로부터 영국 법인에 관세가 부과된다면 완성차 기업에 그에 상응하는 보상에 대해 확실히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대해 영국 정부가 대응하지 않는다면 우리 역시 아무것도 진전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닛산은 생산량 기준으로 영국 최대 생산 기지를 보유하고 있는 완성차업체다.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생산량의 80%를 유럽 역내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완성차 업계에서는 영국발 EU 역내 수출물량에 관세가 부과된다면 수출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날 파리 모토쇼에서는 곤 CEO 외에도 여러 자동차 업계 인사들이 이러한 우려를 나타냈다. 영국 럭셔리카 브랜드 재규어·랜드로버오토모티브의 전략 책임자 한노 키너는 전날 “(브렉시트로 인한) 무역장벽은 자동차 업계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자동차산업협회(SMMT)의 마이크 호스 회장은 “영국 자동차 산업의 마진율이 워낙 낮아 관세가 아무리 낮게 책정되더라도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브렉시트 투표 이후 유로화와 달러 대비 파운드 가치가 10% 추락하면서 영국 완성차 업계가 수출 시 수혜를 입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새로운 관세가 도입이 된다 해도 파운드화 약세가 이를 상쇄해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영국에 생산기지를 둔 완성차 업체들 대부분이 유럽 역내에 부품 공장을 세워 부품을 수입하는 등 복잡한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어 파운드 약세 혜택을 누리기는 쉽지 않다고 WSJ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