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일물RP 활성화..차환 리스크 점검 위한 스트레스테스트 진행
“금리산출 관련 특정 금융상품 발행을 의무화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
예를 들어 금융회사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기초로 다른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해당 회사에 CD를 발행할 의무를 법적으로 부과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다.
정 부위원장은 “당장 법에서 어느 정도 수준으로 발행하라고 정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중장기과제로 근거 조항을 세우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 금융당국과 한국은행,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등은 단기금융시장 활성화를 위한 관계기관 합동 TF를 구성하고 40여 차례 의견수렴 절차와 공청회 등을 진행했다.
여기서 단기금융시장이란 콜, 환매조건부채권(RP), CD, 기업어음(CP) 시장을 말한다. 이날 회의는 그간 나온 활성화 방안을 최종적으로 확정하는 마지막 자리다.
정 부위원장은 “단기금융시장 제약 요인을 걷어내고 인센티브 구조를 재설계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규제를 직접 도입하기보다는 단기금융시장의 참가자들이 자율적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기일물 RP 거래 활성화 △단기금융시장 규율체계 정비 △증권사의 익일물 중심 차입에 따른 리스크 관리 강화 등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기일물 RP거래 활성화를 위해 담보채권 대체 절차를 간소화한다. 현재는 담보채권을 변경할 때마다 매수 측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금융위는 예탁결제원의 일반담보채권(GCF) 시스템을 개선해 기일물 RP거래 편의성을 제고할 방침이다.
RP시장 참여자 확대를 위해 일임 계약이나 연기금·공공기관의 참여가 허용된다. 현재 연기금과 공공기관은 RP시장 참여 가능 여부가 불분명했으나 앞으로 명시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대체로 자금 수요층인 증권사와 은행만 참여 중인 장내 RP시장에 자금 공급 역할을 맡을 자산운용사와 보험사 등도 매매전문회원으로 끌어들인다.
또한 체결 수수료를 거래 건별로 부과하던 방식에서 체결 수수료와 관리 수수료를 나눠 거래 일수를 산정하는 방식으로 재설계한다. 공공부문 RP거래 수수료 체계를 합리화해 기일물 RP거래를 촉진하려는 것이다.
국고채전문딜러(PD), 한국은행 공개시장(OMO) 등의 시장조성 기능도 강화된다. RP 만기의 장기화와 다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PD와 OMO 대상기관 평가·선정 기준에 기일물 RP 거래 실적이 반영된다. 현재 콜시장에서 자금 차입과 운용을 할 수 없는 증권금융에도 한시적으로 기일물 RP 거래 실적에 비례해 콜시장 진입문을 열어준다.
정 부위원장은 “단기금융시장은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지만 현재는 월말 기준으로 총계 수준으로만 자료가 제공되고 있다”며 “이미 미국이나 유럽은 보고체계를 1일 단위로 하는 만큼 관련 보고체계를 정리해 금리산출 과정의 투명성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익일물 중심 차입이 이뤄지는 증권사의 차환 리스크를 점검하기 위한 스트레스테스트가 시행된다. RP차입이 불가능한 경우 담보자산의 유동화 기간, 부채 차환율, 자산 헤어컷 비율 등의 시나리오를 적용해 위기 대응 능력을 살핀다.
PD, OMO 대상 증권사의 콜시장 1일 차입 한도도 단계적으로 축소한다. 현재는 차입 한도의 100%를 하루 만에 소진할 수 있지만 쏠림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40%, 25% 등으로 차차 1일 차입한도를 규제할 계획이다.
정 부위원장은 “이번 활성화 방안을 통해 금리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다양한 만기별 금리구조가 형성되면서 대출과 파생상품 출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며 “단기금융시장의 리스크가 축소되고 감독 당국 역시 적시성 있는 정책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위는 올해 하반기 내로 감독규정 등을 개정하고 법률 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예탁원 GCF 시스템은 내년 상반기 중 개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