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CJH 합병무산] “시장 자율 구조개편, 왜 정부가 제동 거나” 방송통신 업계 ‘쇼크’

입력 2016-07-0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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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의견진술 기간 2주 ‘M&A 승인’ 묘수 찾기 나서… 이미 내부자료 넘겨준 CJ헬로도 당혹… 케이블업계도 “자발적 회생 노력에 찬물” 목소리 높여

7개월 장고를 거듭한 SK텔레콤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심사가 불허로 결정났다. M&A 당사자인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정부가 방송통신 시장의 자율적인 구조개편에 제동을 건 것’에 반발하는 모습이다. 케이블 업계도 그동안 지역 독점권을 인정했던 케이블산업 특성을 공정위가 이해하지 못한 조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년에 500여 건가량의 기업결함을 심사하는 공정위가 현재까지 M&A 불허를 내린 경우는 8번에 불과하다. 하지만 업계에선 소명 절차를 거치더라도 공정위가 7개월 동안 심사숙고해 내린 결정인 만큼 번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SKT 2주가 한 가닥 희망… 묘수찾기 나서= 5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에 따르면, 공정위는 전날 발송한 SK텔레콤·CJ헬로비전 M&A 심사보고서를 통해 경쟁제한을 이유로 주식취득 및 합병금지 명령을 내렸다.

당초 이동통신과 케이블 TV 1위 사업자 간 M&A인 만큼 시장경쟁 제한성 해소 차원에서 까다로운 조건이 붙을 것으로 예상했음에도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최악의 결과’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과거 SK 텔레콤의 신세기통신 M&A를 포함, 방송·통신분야 M&A를 통틀어 공정위가 심사과정에서 불허조치를 내린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SK텔레콤으로부터 심사보고서에 대한 의견을 들은 뒤 전원회의에서 최종안을 결정한다. 통상 의견 진술 기한이 2주인 점을 고려하면 이르면 이달 중 전원회의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그룹 차원에서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번 M&A가 무산될 경우 중장기 사업 및 투자 전략 모두가 수정이 불가피하다. 2주간 긴급회의를 열어 M&A 승인을 위한 묘수를 찾겠단 구상이다.

◇CJ헬로비전 영업비밀 다 줬는데 어쩌나= CJ그룹은 충격에 휩싸였다. M&A를 조건으로 CJ헬로비전의 영업비밀을 포함한 전반적인 내부 자료를 SK텔레콤에 넘겨줬기 때문이다. CJ는 이번 매각을 통해 케이블TV 플랫폼 사업을 정리하고 핵심역량을 강화하려 했으나, 합병이 무산 위기에 놓이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지난해 CJ헬로비전 인수 직전 예비실사와 본실사를 위해 회계장부와 중장기 사업계획 등이 포함된 영업비밀을 입수했다. 지난해 11월 M&A 발표 이후에도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경영에 깊숙하게 관여해왔기 때문에 기업정보는 계속 노출된 상태다.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큰 CJ헬로비전은 공정위에 강하게 반발했다. CJ헬로비전은 5일 A4 2장 분량의 자료를 통해 공정위의 결정을 반박했다. CJ헬로비전은 “합병뿐 아니라 인수조차 불허한 이번 심사 결과는 케이블TV 업계의 미래를 생각할 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최악의 심사결과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정위의 불허 이유인 ‘공정경쟁의 저해’에 대해서는 합병할 경우에도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이 25.8%(718만 명)에 불과, 1위 사업자인 KT(29.4%·817만 명)에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케이블업계 자발적 구조재편 왜 막나= 케이블TV 등 유료방송 시장도 큰 혼란에 빠졌다. 저가 요금 구조와 가입자 수 감소 등으로 위기에 빠진 케이블TV 업계로선 M&A가 자생할 수 있는 한 줄기 희망이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이번 M&A를 불허한 것은 케이블 업계의 회생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며 “케이블과 위성·IPTV가 혼합되는 상황에서 권역별로 규제하고, 방송과 통신 융합 흐름을 역행한 판단”이라고 비난했다.

케이블TV 산업은 2008년 이동통신 3사의 IPTV가 출범하면서 가입자가 줄었다. 2013년 1474만 명에서 2014년 1461만 명, 지난해 1380만 명으로 급감했다. 가입자 1인당 매출(ARPU)도 2013년 6581원에서 6046원으로 떨어지는 등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이미 권역별 독점 사업을 인정해 온 케이블산업 특성을 공정위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유료방송산업은 20여 년 전부터 전국을 78개 권역으로 나눠 지역별 독점권을 인정하고 있다. 지역 종합유선방송사업자(S0) 간 출혈경쟁을 피하고 일정 수준 이익을 보장해 투자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키 위해서다. 그 결과 CJ헬로비전은 전국 부산, 경남 등 19개 권역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경쟁사인 티브로드도 서울 3곳 등 16개 권역에서 1위 사업자다. 딜라이브도 14개 권역에서 점유율 1위 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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