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貨殖具案(화식구안)] 브렉시트는 끝났는가

입력 2016-07-0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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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형 전 현대경제연구원장

연일 세계를 뒤흔들던 브렉시트의 여파가 잦아지고 있다. 6월 3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3.99포인트(0.72%) 올라 브렉시트 낙폭의 73%를 회복하였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의 경우 브렉시트 충격의 64% 정도를 회복했고 심지어 브렉시트의 진앙지인 영국 증시는 브렉시트 충격의 낙폭을 완전히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31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파운드 값은 여전히 브렉시트 전보다 10% 이상 낮은 수준에서 횡보하고 있다.

그러면 브렉시트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것인가? 그렇게 결론 내리기엔 너무 이르다. 먼저, 6월의 마지막 거래일인 목요일을 포함한 이번 주 세계 증시의 회복세는 일정 부분 소위 ‘윈도 드레싱’이라 불리는 상반기 종가 관리에 힘입은 바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정작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부분은 세계 채권시장 동향이다. 세계 채권시장, 특히 국채시장은 브렉시트 이후 연일 몰려드는 자금으로 수익률의 저점이 계속 경신되는 초강세 현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6월 29일 역사상 최저점인 2.223%를 기록하였고 독일의 10년 만기 Bund나 영국의 Gilt 모두 브렉시트 이후 최저점 가까운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수익률이 낮은데도 연일 돈이 국채시장으로 몰려드는 현상은 투자자들이 투자 후 밤잠을 편히 자고 싶어 하는 ‘Flight-to-Quality’, 즉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브렉시트가 끝나기는 요원하다고 채권시장이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최근의 주식시장 회복세는 지속되기 쉽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왜 그러한가? 우선 브렉시트의 심각성은 한마디로 불확실성으로, 문제는 이러한 불확실성이 언제까지, 그리고 얼마만큼 발생될지 전혀 예상되지 않기 때문이다. 브렉시트는 단순히 EU의 경제규모를 ‘28-1’로 축소하는 것이 아니다. 브렉시트의 가장 주된 이유로 꼽히는 이민 및 난민 수용문제, 그로 인한 테러위협 증대 등의 문제는 사실 모든 회원국에 공통되는 문제로 영국과 EU 간의 협상이 진행됨에 따라 제2, 제3의 탈퇴를 추진할 국가들이 나올 불확실성이 엄존한다.

이뿐인가? 스코틀랜드 및 북아일랜드의 영국으로부터의 독립 추진이란 불확실성 외에도 EU 역사상 최초의 회원국 탈퇴를 규정한 EU조약 ‘50조’를 발동하게 됨에 따라 협상 결과에 의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또한 영국은 유럽 내 금융산업을 주도하는 나라이다. 영국의 금융산업은 전 세계 유로화 거래의 45%, EU 내 헤지펀드 자산의 85%, 외환거래의 85%를 담당하고 있을 정도로 EU 내 금융서비스산업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영국 내 금융산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한 금융계 불확실성이 증대될 가능성 또한 크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EU의 과도한 금융규제가 영국의 금융산업 발달을 가로막고 있다는 견해도 있어 왔으므로, EU의 금융규제에서 벗어나 영국의 독자적 금융산업 발달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조지 소로스의 혜안이 화제가 되고 있다. SEC(미 증권거래위원회)에 보고한 1분기 보고서에서 그는 이미 7년 이상 계속된 주가 상승이 끝났다고 보고 주가 하락에 베팅하고 있었다. 소로스는 미국 주식 비중을 작년 말에 비해 37% 축소하면서 미국의 대표적 주가지수인 S&P500이 하락하면 이익을 보는 풋옵션 상품 비중을 2배로 늘렸고, 금 투자를 확대하고 있었다. 또 브렉시트가 결정된 6월 24일, 도이체방크 주식 700만 주에 대해 매도 포지션을 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제적 헤지펀드의 대가 또한 브렉시트의 여파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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